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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홈쇼핑, PB로 패션업체와 경쟁…이유는?


온라인 몰로 고객·브랜드 이탈…패션 PB로 상품 차별화 해 집객 ↑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과거에는 제조사 제품을 들여와 판매만 하던 유통업체들이 최근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를 통해 패션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로 고객들의 이탈이 가속화되자, 모든 유통업체가 취급하는 유명 패션 브랜드보다 자신들이 만든 차별화된 상품이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과 CJ·현대·롯데·SK스토아 등 홈쇼핑·T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자체 패션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거나, 기존보다 상품 구성을 더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의류를 구입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진 데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패션 상품 판매액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엣지  [사진=CJ ENM 오쇼핑부문]
엣지 [사진=CJ ENM 오쇼핑부문]

덕분에 온라인 시장 성장세는 연평균 20%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무점포소매(온라인) 판매액은 70조3천228억 원으로, 대형마트(33조4천537억 원), 백화점(29조9천855억 원), 아울렛 등 기타 대형종합소매점(63조1천225억 원)의 판매액을 모두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가전 등과 함께 온라인 쇼핑이 가장 활발한 상품군이 바로 패션"이라며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만 단순히 파는 것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며 매출을 끌어올리는 곳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오프라인 채널들이 이들과 경쟁하기엔 쉽지 않은 데다, 온라인 쇼핑의 강세로 백화점, 대형마트가 구매채널로서의 매력이 예전보다 덜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각 업체들이 차별화 포인트로 PB를 강화하게 된 것은 다른 곳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패션 상품을 만들면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에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패션은 개인의 취향, 체형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 '고관여도' 상품"이라며 "유통업체가 고객이 요구하는 맞춤형 패션 상품을 PB로 선보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겠지만, 기존 패션업체들의 브랜드만큼 노하우가 있지 않고 브랜드 인지도 구축도 쉽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百, 편집숍서 자체 제작으로 진화…'고급화'로 차별화

상품 차별화를 고민하던 백화점들은 과거엔 편집숍을 중심으로 해외 직매입 상품을 선보이는 것에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자체 제작으로 방향을 틀었다. 상품 기획과 디자인 등 모든 것을 백화점들이 직접 하기 시작했으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최근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자체 여성복 브랜드 '델라라나'는 지난 2016년 캐시미어 니트 전문 브랜드로 론칭됐지만, 지난달 여성 오피스룩 'S'와 통합된 후 리뉴얼 론칭 2주 만에 백화점 여성복 부문 매출 2위에 올랐다. 또 캐시미어, 정장, 모피 등 300여 종의 고급 상품으로 연매출 1천억 원 이상의 '메가 브랜드'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업계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여성복 브랜드 '구호'가 2003년 론칭해 연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하기까지 14년이 걸렸던 만큼, 여성복으로 연매출 1천억 원 달성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은 유통업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좋은 상품력을 계속 유지한다면 패션 제조업체들보다 빠른 속도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외에도 신세계백화점은 '아디르(쥬얼리)', '언컷(란제리)', '일라일(여성의류)', '카미치에(프리미엄 남성 맞춤 셔츠)' 등으로 패션 자체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였다.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해 PB 브랜드를 론칭한 덕분에 올 들어 일부 브랜드의 매출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아디르'는 누계 3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언컷'도 28%나 매출이 늘었다.

여기에 신세계백화점은 PB 상품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 스타'도 동원했다. 란제리 편집매장 '엘라코닉'은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와 손잡고 '레트로팝'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기존 란제리 PB '언컷'은 올해 상반기에 이사배와 마케팅을 진행해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언컷 프렌치 플라워 속옷 세트'는 방송 직후 3일 만에 초도 물량 1천 개가 완판됐다. 이 외에도 패셔니스타 변정수,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도 유튜브를 통해 '언컷' 제품을 알려 호응을 얻었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 부사장은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만큼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며 "유통업계에서도 단순한 홍보를 넘어 인플루언서와의 제품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엘라코닉 X 이사배 [사진=신세계백화점]
엘라코닉 X 이사배 [사진=신세계백화점]

이에 자극 받은 롯데백화점은 최근 고가 편집매장 '엘리든'을 앞세워 자체 제작 의류 브랜드인 '엘리든 컬렉션'을 출시했다. 롯데백화점은 '엘리든 컬렉션'의 상품 기획과 디자인, 제작,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해 기존과 차별화했다. 또 내년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와 협업한 컬렉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외에도 롯데백화점은 '유닛', '탑스' 등 8개 PB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 성장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트렌디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기 위해 여성의류뿐만 아니라 남성, 아동복 등 다양한 카테고리 PB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엘리든컬렉션을 롯데백화점 자체 브랜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9월 첫 의류 PB 브랜드인 '슬로우 이너프'를 론칭했다. 울·라쿤·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한 프리미엄 니트웨어 여성복 브랜드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의류 PB 브랜드인 '1온스'도 론칭했다. '1온스'는 지난해 캐시미어 머플러 한 개 아이템만 선보였음에도 월 평균 5천 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현대백화점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안에 백화점 PB를 한 데 모은 편집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직접 상품 제작까지 나선 것은 빠른 트렌드에 대응할 콘텐츠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기존 입점 업체들이 매장을 접고 온라인으로 속속 진출한 영향도 크다"며 "평균 30%대 수수료를 내야하는 패션업체 입장에선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좋은 자리에 배치해 판매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홈쇼핑, 성수기 앞두고 '패션 PB' 앞 다퉈 강화

홈쇼핑 업계도 패션 PB 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매출 규모가 커지는 가을·겨울을 겨냥해 신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홈쇼핑 중 패션 PB에 가장 공들이고 있는 곳은 CJ ENM 오쇼핑부문이다. 이곳은 전체 취급고 중 패션 비중이 40%에 달하며, 이 중 단독 패션 브랜드 비중은 약 26%를 차지할 만큼 효자 아이템이 됐다.

CJ는 2001년 TV홈쇼핑 최초로 언더웨어 PB인 '피델리아'를 론칭한 후 다양한 단독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엣지, 셀렙샵 에디션 등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 외에도 해외 유명 브랜드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 시장에 단독으로 선보이는 브랜드도 느는 추세다.

최근에는 패션 성수기인 가을·겨울을 앞두고 상품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엣지'는 상품 수를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리고, 잡화 라인을 처음 선보였다. '지스튜디오'는 브랜드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청바지와 스니커즈를 선보이는 등 상품군을 확대했다. 'VW베라왕'도 상품 수를 대폭 늘려 이번 시즌에만 총 35가지 상품을 선보이며, 이달에는 T커머스 채널인 'CJ오쇼핑플러스'에서 캐주얼 라인인 'VW베라왕 위켄드 라인도' 론칭한다. 올 연말까지 주문금액 1천억 원을 달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CJ ENM 오쇼핑부문 관계자는 "유통업계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CJ ENM 오쇼핑부문에서만 살 수 있는 차별화된 단독 상품을 개발해 채널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며 "잡화라인을 선보이는 등 단독 패션 브랜드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TV홈쇼핑을 넘어선 패션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도 홈쇼핑 패션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2014년 '조르쥬레쉬'를 시작으로 '다니엘에스떼', '샹티', '페스포우', '케네스콜', 'LBL', '아이젤' 등을 전개하고 있는 롯데홈쇼핑은 충성 고객 확보에 성공하며 PB 브랜드로 지난해에만 총 2천억 원의 주문금액을 달성했다. 이들은 패션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올해 매출 확대를 위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난달에 일찌감치 각 브랜드의 신상품을 최대 20여 일 앞당겨 론칭했다. 또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경쟁에 맞서고 있다. 'LBL'의 경우 오는 21일 최상급 모피로 꼽히는 친칠라 소재를 사용한 코트를 론칭하며, 다음달 중 세계적인 명품 소재 회사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캐시미어로 제작한 남성 코트도 선보인다.

김철종 롯데홈쇼핑 콘텐츠개발부문장은 "올해 론칭 4년차를 맞은 LBL은 '만조니24', '제냐' 등 기존에 홈쇼핑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최상의 명품 원단을 사용한 겨울 신상품을 선보이며 소재 고급화를 한층 더 강화할 예정"이라며 "명품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 없는 품질로 홈쇼핑 패션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LBL 친칠라 피아나 후드 롱코트 [사진=롯데홈쇼핑]
LBL 친칠라 피아나 후드 롱코트 [사진=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도 '밀라노스토리'와 '라씨엔토'를 앞세워 패션 PB 브랜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브랜드의 상품 라인 확장과 방송 편성을 강화해 올해 두 PB 브랜드의 주문금액을 1천억 원 이상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패션 매출에서 34% 수준이었던 단독 브랜드 매출 비중을 올해 50%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단독 패션 브랜드인 '제이바이(JBY)'로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현대홈쇼핑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뉴욕 코트리쇼' 패션박람회에 홈쇼핑 패션 브랜드 중 처음 참가했다. '제이바이'는 2016년 9월 론칭한 후 3년 만에 누적 주문금액 3천억 원을 달성했으며, 연평균 주문금액 1천억 원 규모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김종인 현대홈쇼핑 패션사업부 상무는 "'제이바이'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1년 전부터 뉴욕 코트리쇼 참가를 준비해왔다"며 "홈쇼핑 패션 브랜드에 대한 고객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디자인과 소재로 '제이바이'를 국내 홈쇼핑 대표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로 육성하는 한편, 'K패션' 알리기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 후발업체들도 상품력 강화에 본격 나섰다. 홈앤쇼핑은 지난 18일 창립 이래 첫 패션 쇼케이스를 열어 패션 PB상품인 '엘렌느', '슬로우어반'을 선보였으며, T커머스 업체인 SK스토아도 창립 이후 처음으로 패션 PB인 '헬렌카렌'을 론칭했다. K쇼핑은 이달 말께 유명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단독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다만 GS홈쇼핑은 일부 패션업체들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어 패션 PB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패션이 80%를 차지하는 백화점과 달리 홈쇼핑은 40% 정도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홈쇼핑의 의류 판매량은 매년 커지고 있어 효자 아이템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업체가 직접 상품을 만들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고객들의 만족감이 좋은 편"이라며 "특히 홈쇼핑이 가성비 높은 프리미엄 상품을 잇따라 론칭하면서 충성 고객 확보에 효과를 얻고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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