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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독일어가 '그림있는 노래'가 됐다...바리톤 양준모 '매직 보이스' 선사


독창회 성황...예술가곡·오페라 아리아 등으로 구성한 프로그램 호평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신기한 일이다. 딱딱하고 투박한 독일어가 그의 입을 거치자 확 달라졌다. 귀에 거슬렸던 ‘ㅍ·ㅌ·ㅊ·ㅋ’의 거센소리가 따뜻하게 들렸다. ‘Der Wanderer(방랑자)’ ‘Wanderers Nachtlied Ⅰ(방랑자의 밤노래 Ⅰ)’ ‘Wanderers Nachtlied Ⅱ(방랑자의 밤노래 Ⅱ)’ ‘Der Wanderer an den Mond(방랑객이 달에게)’ 등 방랑자·유랑자·떠돌이 등의 뜻을 가진 ‘반더러(Wanderer)’라는 제목이 붙은 4곡을 잇따라 부르자, 노랫말은 쓸쓸했지만 정감이 넘쳤다. 31년을 살다 하늘로 떠난 슈베르트의 고독이 깊고 그윽하게 또 넓고 아련하게 가슴으로 들어왔다.

희한한 일이다. 독일어 단어 하나하나에 영상이 숨어 있었다니. 그가 이번엔 하늘과 땅의 지배자인 보탄이 되어 바그너 <발퀴레>에 나오는 ‘Leb’ wohl, du kühnes, herrliches Kind(잘 있거라, 용감하고 아름다운 나의 아가)’를 부르자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자기 명령을 거역한 딸 브륀힐데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고 부르는 보탄의 이별노래는 파워 넘쳤지만 애틋하고 뭉클했다. 힘이 넘치는데 슬픈 노래! 영화 한편을 보는 듯 눈 앞에 스크린이 펼쳐졌다.

바리톤 양준모가 26일 독창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방은현이 맡았다.
바리톤 양준모가 26일 독창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방은현이 맡았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일은 행복하다. 양준모와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방은현은 섬세하고 묵직한 터치로 노래를 빛나게 했다. 많은 명반을 남긴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제럴드 무어 콤비 부럽지 않은 멋진 케미를 보여줬다.

양준모는 ‘코로나19’를 뚫고 온 관객에게 러브송 5곡을 선사했다. 장인의 반대에 맞서 긴 법정투쟁 끝에 웨딩마치를 올리게 된 슈만은 결혼식 전날 클라라에게 모두 26개의 노래로 이루어진 연가곡집 ‘미르테꽃(Myrten)’을 바쳤다. 괴테, 바이런, 하이네, 뤼케르트, 무어, 번즈, 모젠 등 내로라하는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였다.

바리톤 양준모가 26일 독창회에서 관객들과 눈인사를 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방은현이 맡았다.
바리톤 양준모가 26일 독창회에서 관객들과 눈인사를 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방은현이 맡았다.

그는 또 리스트가 작곡한 ‘Tre Sonetti di Petrarca(페트라르카의 세 소네트)’에서 비장함과 움장함을 잘 표현했다. ‘Pace non trovo(난 평안을 찾을 수 없네)’ ‘Benedetto sia’l giorno(축복하소서 그 날)’ ‘I’vidi in terra angelici costumi(지상에서 천사의 자태를 보았네)’로 이어지는 폭풍노래는 큰 울림을 줬다.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이한 베토벤의 곡도 귀를 사로잡았다. ‘Four Ariettas and a Duet(네 개의 아리에타와 하나의 듀엣)’ 중 3번 ‘L’amante impaziente Ⅰ(나의 임은 무얼하고 계시는가 Ⅰ)’와 4번 ‘L’amante impaziente Ⅱ(나의 임은 무얼하고 계시는가 Ⅱ)를 들려줬다.

양준모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중 <라인의 황금>에 흐르는 ‘Abendlich Strahlt der Sonne Auge(저녁 빛 속에서 태양의 눈은 빛나고)’에서 독일 드레스덴 젬퍼 오퍼의 주역가수로 활동하는 실력을 충분히 드러냈다.

민병무 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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