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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31세 뮤지컬배우 박강현이 찾아가는 ‘재밌게 사는 법’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데뷔 5년차인 박강현은 지난해 ‘웃는 남자’의 그웬플렌 역으로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신인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8일 ‘엘리자벳’의 루케니 역으로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DIMF) 어워즈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해 이듬해 ‘베어 더 뮤지컬’의 피터 역으로 이름을 알린 이후 중·대극장 작품의 주·조연으로 꾸준히 관객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 ‘칠서’ ‘광화문 연가’ ‘킹키부츠’ ‘웃는 남자’ ‘엘리자벳’ ‘엑스칼리버’에 출연하며 연기의 폭을 넓혀온 그는 2017년 두 가지 도전을 하기도 했다. ‘나쁜자석’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고 JTBC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에 지원해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사진=이영훈 기자]
[사진=이영훈 기자]

“오디션에 많이 떨어져봤는데 크게 낙담하지 않은 것 같아요. ‘곡재아’(曲在我)라고 모든 잘못은 나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문제를 내 안에서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잘했다면 떨어지지 않았겠죠. 물론 그게 내 안이 아닌 밖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그것조차도 제 문제로 여기고 새로운 방법으로 노력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누구한테 힘들단 얘긴 잘 안해요.”

박강현은 여러 가지 삶의 경험을 하면서 깨달음에 의해 사고나 생각이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새벽시간 활용이다. 감성적이고 생각이 많아지는 새벽에 남들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대해 다른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하나하나 깨치면서 스스로를 한발 물러서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고.

뮤지컬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막연히 배우가 꿈이었는데 영화의 경우 인맥과 배경이 없으면 힘들다고 들었다”며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고 오디션이 가장 열려있는 곳이 뮤지컬계라서 뮤지컬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배우로서 가진 성격적 장점으로는 관찰을 좋아하는 것을 꼽았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저렇게 행동할까’ 생각해보죠. ‘나였으면 내 말이 다른 사람한테 들리는 게 싫어서 조용히 할 텐데’라고 제 입장에 빗대보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살펴봅니다. 이런 식의 관찰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매사에 관심을 갖고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박강현의 성격은 답변 곳곳에서 나타났다. 선배들의 조언 중 인상 깊어 새긴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도 그랬다.

“선배들에게 들은 좋은 말이 많지만 지금 생각나는 건 남경주 선배님께 받은 새로운 자극이에요. 어제 딤프 어워즈에서 남경주 선배님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았어요. 번호를 저장하고 나니 선배님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뜨더라고요. 프로필 사진이 오래된 수첩에 적힌 글귀였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연기엔 두 가지가 있대요. 엄청나게 과장해서 하는 연기와 너무 자연스러움만을 추구하는 연기. 근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말이었어요. ‘이렇게 오래 연기를 해오신 선배도 이걸 카톡 프로필에 올려놓고 한 번씩 보면서 무대에서 배우로서 너무 자연스럽지도 너무 과장되지도 않은 그 지점을 잃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시는 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사진=이영훈 기자]
[사진=이영훈 기자]

“‘엑스칼리버’ 연습을 충무아트센터에서 했어요. 당시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는데 점원이 신상이 나왔다고 젤리 같은 걸 먹어보라고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받았어요. 근데 그분이 저한테 ‘세븐틴 맞으시죠?’라고 하는 거예요. ‘아닙니다, 저는 그냥 뮤지컬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했지만 기분이 좋아서 광대가 정수리까지 올라갔어요.(웃음) 세븐틴이 뮤지컬을 한다는 얘긴 들었는데 멤버를 잘 모르셨던 것 같아요. 저는 세븐틴이 아니라 서티원(31세)인데. 행복했던 순간입니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죠.(웃음)”

바쁜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푼다는 박강현은 “내 캐릭터를 열심히 키우고 있다”며 “김준수 형도 게임을 좋아하고 가끔씩 팀원들이랑 같이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우들끼리 술을 마시러 가기도 해요. 저는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잘 안 가거든요. 잘 못 마시기도 하고 술자리에서 어차피 제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리니까. PC방 가자고 하면 바로 가요. 그래서 일부러 저를 배려해준다고 PC방 가는 형들도 있어요. 저도 한 번씩 술자리 가서 맥주 한두 잔 하면서 얘기하고 그래요.”

그는 위로와 힘이 되는 말이 무엇인지 묻자 한참을 생각하다가 “사실 잘한단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긴 하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못하진 않았구나’ ‘다음번엔 더 집중해서 더 제대로 잘해봐야지’ 싶어 힘이 난다”며 “동료들한테도 한 번씩 인정받을 때, 그럴 때도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강현은 답변 중 이지훈에게서 받은 위로가 떠올랐는지 그에 대한 고마움을 고백했다.

“지훈이 형이랑 ‘엘리자벳’에 이어 ‘엑스칼리버’를 같이 하고 있는데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거든요. 격려도 많이 해주고 아닌 척하면서 되게 잘 챙겨줘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형을 보면서도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 좋은 사람,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심장이 따뜻한 사람은 딱 느껴지잖아요. 형이 그런 사람이에요. 한참 동생인데도 되게 존중해줘요.”

기복 없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실력을 인정받아왔기에 요새는 잘한단 말만 듣지 않느냐는 질문엔 “잘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은 잘한 부분을 칭찬해주시는 거고 못한 건 내가 안다”고 말하는 박강현이다. “연기는 개인 취향이라 정답이 없고, 노래의 경우 어쨌든 완벽할 순 없으니까 완벽에 가깝게 노력하는 거죠. 제가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박강현은 데뷔 5년차 서른한 살인 현재, 데뷔 초 20대 때와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도 몇 년이 지나면 ‘아 그때는 내가 되게 근시안적이었구나’ 그러겠지만 데뷔 당시보단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좀 더 주변사람들을 챙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됐어요. 그땐 너무 신인이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작품 하면 열심히만 했거든요. 지금은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인생관은 사실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재밌게 살자’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있겠지만 ‘후회를 할 거라면 그 일을 하지 말고 그 일을 할 거면 후회하지 말자’ 그렇게 살아왔어요.”

딤프 어워즈 신인상 수상소감으로 ‘작품의 본질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한 박강현은 그것이 배우로서 최대의 숙제이자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연기를 할 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중심을 잡고 싶은 그의 각오기도 하다.

“무대에서 연기를 하다보면 가끔씩 너무 편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올 수 있잖아요. 그러지 않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결국엔 ‘초심을 잃지 말자’겠죠. 그리고 한 작품이 있으면 그 작품을 관통하는 어떤 목표지점이 있고 모든 배우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러닝 타임동안 달려가는 거예요. 한 사람이 흔들리면 전체가 영향을 받잖아요. 누군가 흔들리려고 할 때 저를 보고 ‘맞다, 이건 이거지’ 할 수 있게끔 중심을 잡아주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강현의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대 밖에 있었다. 이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다가 “엄마가 1년 더 있으라고 했는데”라며 잠시 생각을 하더니 “집 평수를 세평 더 늘려보겠다”고 선언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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