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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도 선수노조 필요한가"


현행 e스포츠 FA 취득요건 개선 필요성 대두

"군대에서 제대한 후 SK텔레콤으로 복귀해 30대까지 선수생활을 하겠습니다."

지난해 10월 경,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황제' 임요환이 일반에 밝힌 '30대 프로게이머'의 꿈은 e스포츠팬들에게 '로망'으로 받아들여졌다. 고락을 같이 했던 후배들이 있는 팀으로 돌아와 선수생활을 같이 하겠다는 그의 결의도 '미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황제'는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협회와 게임단들이 FA자격 요건을 2006년 6월 이후 한 팀에서 3년 이상 뛰며 프로리그에 일정 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로 한정하는 비합리적인 규약을 마련했다"며 "싫어도 SK텔레콤으로 돌아갈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한 팀에서 3년간 뛰며 단체전 25% 출장해야"...강화된 FA취득 요건규정

2006년 6월 이전만 해도 e스포츠 프로게이머들은 해당 게임단과의 계약이 끝나면 자유롭게 타 게임단으로의 이적이 가능했다.

그러나 2006년 6월, e스포츠협회와 협회 이사사로 등록된 각 게임단들이 프로농구 FA제도를 벤치마킹한 새로운 규약을 마련하면서 e스포츠 FA자격 취득 요건은 대폭 강화됐다.

이에 따르면 2006년 6월 이전에 기업팀으로 창단된 게임단에 이미 입단해 있던 선수는 2006년 6월 이후 해당 팀에 3년 이상 소속돼 있어야 하며 3년 간 열린 프로리그 전체 경기에서 25% 이상 엔트리에 포함돼 있어야 FA자격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2004년 3월 SK텔레콤에 입단한 '괴물' 최연성은 2009년 6월이 되어야 FA 자격 요건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입단 시점부터 계산하면 5년여의 시간이 지나야 FA자격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또, FA가 된 최연성을 영입하려는 게임단은 원 소속구단인 SK텔레콤에 연봉(1억8천만원)의 200%를 지급하거나 영입 게임단의 보호선수 6명을 제외한 선수 중 SK텔레콤이 지명한 선수 1명과 선수연봉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2006년 6월 이후 새롭게 창단된 팀에, 2006년 6월 이후 입단한 선수의 경우는 5년 이상 한 팀에 소속돼 역시 프로리그 총 경기수의 25% 이상 엔트리에 포함돼 출전해야 FA 자격 요건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취득요건 강화는 2005년 SK텔레콤과 KTF 사이에서 이중계약을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최연성과 팬택EX와의 재계약 대신 KTF로의 이적을 선택한 이병민의 사례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오프라인 스포츠 모델 e스포츠 적용이 타당한가?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의 과도한 몸값이 프로게임단의 안정적인 운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인식을 게임단들이 공유했기 때문"이라며 "규약 마련에 있어 현행 프로농구 FA규약을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e스포츠에 이미 기반이 닦인 오프라인 프로스포츠의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프로야구의 경우 아마추어 시절, 고교 및 대학야구에서의 활약으로 기량이 충분히 검증된 신인선수는 입단과 동시에 억대의 계약금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마추어 선수가 커리지매치를 통과한 후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해야 하는 현재의 e스포츠의 경우 입단 계약으로 고액의 몸값을 챙기는 '대박'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30대 중후반까지 선수로서 활동하는 사례가 많은 오프라인 스포츠와 달리 20대 중반 군입대와 동시에 사실상 선수생명이 끝나는 e스포츠에 3~5년의 취득 요건을 규정한 것도 과도한 감이 없지 않다.

현재 e스포츠협회의 규약에는 프로야구와 같은 연봉조정신청제도도 없어 FA자격을 얻지 못한 게이머는 연봉협상 과정에서 게임단의 제시액에 불만이 있어도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MBC게임과의 계약기간이 종료됐으나 FA자격을 얻지 못한 박성준의 경우 재계약을 위한 연봉협상 과정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고 타 게임단으로의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현행 e스포츠협회 규약 수정 필요성 대두

MBC게임은 임의탈퇴 공시 요청 대신 사실상의 방출을 의미하는 웨이버 공시를 택해 150만원의 양도비용만으로 박성준이 타 게임단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현재 e스포츠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 중 FA자격을 취득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e스포츠 최초의 FA는 2009년 6월이 되어서야 등장한다. 박성준의 경우, 게임단이 양보해 선수의 장래를 위한 '활로'를 열어줬지만 모든 팀과 선수들이 이러한 '공생'을 택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의 규약을 일부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협회내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프로야구와 같은 연봉조정신청제도의 도입을 비롯한 몇 가지 개정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게임단의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져야 이를 토대로 활동하는 선수들도 안정적인 선수생활이 가능하다"며 "선수와 게임단의 권익을 두루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협회가 검토중인 개선책에는 연봉조정신청제도 도입 외에도 FA계약조건을 더욱 강화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

FA가 된 선수가 기존 소속 구단과 재계약하지 않고 이적하게 될 경우, 이전 소속구단에 희망연봉으로 제시했던 금액보다 '1원'이라도 더 많은 연봉을 받고 계약을 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FA 선수의 영입을 위해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는 기존 보상규정이 더욱 강화돼 FA선수의 이적을 위한 '장벽'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선수단 연봉을 비롯해 게임단 운영에 투입하는 예산은 연 20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1개 기업팀 선수 중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선수는 10여명 이다.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이윤열, 최연성 등의 연봉은 2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대외적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연봉은 이에 못미친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e스포츠 게임단을 운영하는 기업이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수단 연봉 및 FA자격 취득 요건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것은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선수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현 상황에서 '피고용자'의 이익을 좀 더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 또한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e스포츠에도 선수노조와 같은 형태의 결사체 구성이 논의될 시점이 온 것으로 보인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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