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여성 게이머 "오뉴월에 서리 내리는 냉정함이 강점"


하이트 스파키즈팀, 연습에 또 연습으로 승부수

"여성팀의 강점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게 하는 냉정함이다."

하이트 스파키즈 SF팀의 리더 김나연은 여성 프로게이머로서의 강점을 묻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 아쉬운 패배 뒤에는 오기가 생겨 더욱 냉정해지고, 끈기는 배로 는다"고 대답했다.

김나연은 "남성게이머들은 한번 '말리면' 페이스를 주채하지 못하지만 여성게이머들은 오히려 그럴 때 더욱 냉정해지며 팀 플레이가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18일, 일산 하이트 스파키즈 연습실에는 차분하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들'의 손놀림이 현란했다.

전통적으로 남성게이머가 강세인 FPS(1인칭 슈팅 게임) 게임계에 유일한 여성팀 '하이트 스파키즈' SF팀이 점차 제 컨디션을 회복하며 남성 프로게이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하이트 스파키즈 SF팀인 김나연(23), 서지원(22), 박유진(20), 김미연(23), 배유진(23). 이 다섯 선수들은 미모뿐 아니라 실력으로 그들이 '프로'임을 입증한다.

지난 4월 출범한 SF프로리그에서는 예상밖의 부진으로 5전 전패를 하고 있지만 프로출범 이전 대회에서는 여러차례 입상한 실력파다. 지난 17일 경기에서는 MBC게임 Hero를 상대로 접전을 벌이다 아쉽게 패했다.

팀의 리더 김나연은 "17일 경기가 끝나고 너무 아쉬워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팀은 아쉽게 패할 때 더욱 냉정하게 패인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집념을 불태운다"고 말했다.

김나연은 "심리적으로 '5전 전패'라는 전적이 부담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를 잊고 경기에 집중해야 하지만 '여성게이머라 안 된다'는 편견이 생길까봐 자꾸 조바심을 내게 된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남성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스파키즈에 지면 게임 관둬야 하지 않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선수들은 오랜 선수 생활로 팀을 막론하고 두터운 우정을 과시하고 있어 주고받는 농담이지만 스파키즈는 눈에 불을 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스파키즈는 결코 남성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스케줄을 소화한다. 10시에 기상해 12시부터 2시까지 개인전 연습을 한 뒤 2시부터 다른 프로팀들과 예정된 연습 경기를 진행한다. 저녁 식사를 겸한 1시간의 휴식 이후엔 새벽까지 연습이 이어진다. 집중력이 상당해 어지간해선 쉬지 않는단다.

박유진 선수는 "가끔 꿈에 경기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체력적으로도 남성에 뒤질 수밖에 없다보니 스파키즈 선수들은 규칙적인 운동도 빼먹지 않는다고 했다. 힘든 스케줄을 소화해서라도 경기력을 인정받고 싶은 게 선수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여성게이머라 안 된다'고 하기에는 하이트 스파키즈가 이미 넘치는 기량을 과시한다. 하이트 스파키즈는 5월 한국e스포츠협회 공인랭킹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공인랭킹 집계가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스페셜포스 공인랭킹 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을만큼 저력이 있어 SF프로리그 관계자들 사이에선 돌아오는 리그 2턴째에선 제 기량을 선보일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기존 스타크래프트 리그에도 '여제' 서지수 선수 등 여성 프로게이머가 전무한 것은 아니지만 압도적 다수인 남성 게이머들 사이에서 리그 진출조차 힘든 기존 여성 프로게이머의 입지가 좁은 것은 당연했다. SF프로리그의 유일 여성팀인 하이트 스파키즈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여성 프로게이머로 입지를 굳힐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들은 1턴의 부진에도 꿋꿋함을 잃지 않았다. 리더 김나연은 "우리 팀이 창단을 가장 빨리해 '파이팅'이 조금 떨어진 듯하다"면서 "2턴에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전승을 거두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팀원이 전부 하나가 돼 흔들림없는 팀워크를 과시하며 프로리그 첫 해에 여성팀으로서 멋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프로게이머로서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스파키즈 선수들은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초, 중고생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여자도 충분히 프로게이머로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 적어도 저 선배들이 있어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구윤희기자 yuni@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여성 게이머 "오뉴월에 서리 내리는 냉정함이 강점"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