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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SK, 게임 사업 명암 엇갈려


SK, 계열사 간 사업 혼재…KT, KTH로 집중

게임 산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SK와 KT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SK는 여러 계열사가 게임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성공작이 거의 없고 계열사간에 시너지도 약해 고전하고 있다. 이 반면에 KT는 자회사 KTH를 통해 게임 사업을 집중하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양상이다.

◆ SK, 그룹내 사업 추진 주체 혼재

SK는 과거부터 그룹내 각 법인들이 개별적으로 게임사업을 추진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네이트닷컴이 게임포털 '땅콩'을 운영했고, SK C&C가 게임 배급을 별도로 진행해 왔다. 2006년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게임 개발 자회사 아이미디어를 설립하며 참여했다.

모바일게임 사업을 진행하던 SK텔레콤은 2004년부터 e스포츠 무대에 뛰어들었고, 이어 2007년에 게임사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하며 온라인게임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각 법인들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고 그룹이 '교통정리'를 위해 나서지도 않는 양상이 오래동안 지속됐던 것이다.

'땅콩'과 SK C&C의 게임배급 사업이 실패한 뒤 게임포털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대오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엔트리브의 자체 개발작과 SK텔레콤이 국내외에서 확보한 게임타이틀, SK아이미디어의 신작을 한 데 엮어 거대포털을 구성한다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여의치 않은 양상이다.

EA의 '워해머 온라인,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 국내 배급을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엔트리브, 아이미디어가 제작하는 신작의 출시는 예상보다 크게 지연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미디어의 'H.A.V.E'는 '팀포트리스'의 표절작이라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SK텔레콤과 엔트리브는 '블랙샷' 등의 게임을 발굴, 서비스 했으나 사업성과가 현재까진 사실상 전무하다.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엔트리브의 개발지연을, 엔트리브는 대기업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과 지나친 간섭을 불만스러워하는 양상이다.

결국 SK텔레콤은 제작중인 게임포털과 양사가 공유해온 게임 3종의 운영 및 사업권을 엔트리브소프트에 양도하고 '거리두기'를 하는 양상이다. 아이미디어의 신작이 엔트리브가 운영할 게임포털을 통해 서비스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 KT, 자회사 KTH 통해 '단일전선' 구축

KT 그룹의 경우 자회사인 KTH의 온라인게임 배급과 KTF의 모바일게임 사업으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KTH는 구(舊) 파란닷컴을 통해 히트작 '프리스타일'을 발굴, 5대 게임포털로 자리잡는 성과를 냈으나 이후 협력사인 제이씨엔터테인먼트와의 결별, '풍류공작소' 등 후속 배급 타이틀의 연이은 참패로 게임사업 철수가 점쳐질 만큼 상황이 악화돼 왔다.

KTH내 게임사업의 위상이 하락하며 모바일게임 사업을 진행해 온 KTF에서 별도로 온라인게임 사업 참여를 추진, 그룹내 역량이 분산될 조짐이 보였으나 KT-KTF 합병이 본격 추진되며 이러한 시도가 덮여버렸다.

이 와중에 KTH는 새로운 게임포털 '올스타'를 론칭했고 '십이지천' '십이지천2'의 연속 히트로 기사회생했다. KTH가 지난해 거둔 매출 1천377억원 중 20%가량이 게임사업을 통해 획득한 것이다.

실적이 좋다보니 힘도 실리고 있다. 2009년 들어 6종의 타이틀을 추가로 확장했고 신임 서정수 대표가 "게임이 KTH의 주력"임을 공표했다. 舊 KTF 에서 온라인게임 확장을 추진하던 한 관계자가 "현 시점에선 KTH 단일대오로 온라인게임 역량을 집중하는 구도가 맞다"고 인정할 정도다.

◆ 비슷한 고민 공유한 양사···역전도 가능

게임사업에 대한 SK와 KT 초기 행보의 차이는 기업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아직까지 공기업 냄새가 나는 KT가 그룹사간의 독자적인 플레이를 인정하지 않아 대오를 유지하는 반면 인터넷 인프라에 기반한 SK의 여러 그룹사들이 콘텐츠 산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섰다는 것이다.

스타트는 KT 측이 앞서고 있지만 앞일까지 내다보긴 어렵다.

합병 초기의 어수선함이 가신 후 KTH와 별개로 KT가 독자적으로 게임산업에 발을 내딛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현재의 KTH는 배급사업에만 주력할 뿐 자체 개발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KT가 '큰 판'을 벌일 경우 결국 방법은 대형 M&A다.

개별 플레이어들이 '중구난방' 얽혀 있는 SK 게임사업이 구심점을 확보할 경우 역전도 가능하다. 결심이 설 경우 그간 지지부진한 게임포털을 엎어버리고 기존 사업자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이 내심 엔트리브 매각을 원할 만큼 양측의 파트너십이 삐걱거리고 있지만 이후라도 엔트리브와 아이미디어의 게임이 성과를 내면 관계는 개선될 수도 있다.

'큰 판'이 벌어질지는 그룹 수뇌부의 판단에 달렸다. 기간산업을 바탕으로 막대한 연매출을 달성하는 양사는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에 주목을 하곤 있지만 대단찮아 보이는 그 규모에 큰 매력은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 감수가 필수적인 게임사업 속성상 이들 대기업과 체질상 맞지 않는 점도 있다.

양 그룹의 게임산업 선발대들이 어떠한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사업확장이 아닌 '정리'라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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