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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같은 PC방, 이번에도 위기 넘기나


난제도 산적

인터넷·게임 문화 보급의 첨병으로 각광받았으나 2001년 이후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PC방 업종의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저하되어온 PC방 업종은 등록제 전환 등의 악재가 쏟아져 나오며 사양화 추세가 뚜렷해 질 것으로 우려됐으나 지난 2008년 동안 영업업장 수가 소폭 증가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을에 접어들며 신종 플루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2010년 이후 PC방이 완전 금연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에도 '잡초'같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PC방 업종, 등록제 전환 불구 업장 수 증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8년 12월 31일 기준, 영업 중인 PC방은 전국에 걸쳐 총 2만1천49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C방의 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2001년(2만3천548개)보단 2천개 가까이 줄었지만 1년전인 2007년 연말(2만607개)보다는 4.3% 증가했다.

PC방 업종이 기존의 자유업에서 설비와 입지 조건 등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 등록제로 전환된 2008년 들어 그 수가 늘어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PC방 수가 최초로 2만개를 넘어섰던 2000년 이후, 가정의 초고속인터넷 보급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곧 PC방 업종의 수익성 저하를 가져왔다. PC방이 난립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자들은 가격인하를 통한 출혈경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2008년 들어 대구,경북권의 일부 지역 PC방 요금이 시간당 500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이러한 출열경쟁의 '끝'을 보여준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갈수록 게임사양이 높아지며 PC 업그레이드 등 설비 투자에 드는 비용 증가 또한 PC방 업종의 수익성 저하를 가속시켜 왔다.

PC방과 게임사들의 마찰이 잦았단 것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PC방 업종은 게임사들이 90년대말 '리니지' 서비스가 본격화되던 시기 수준의 과금체계를 유지하며 자신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CCR, 넥슨, 엔씨소프트, CJ인터넷 등이 차례로 PC방 업체들과 분쟁 수준의 갈등을 겪어왔다.

게임사들은 국내 시장의 성장폭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린 2005년 이후, PC방을 쥐어짜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개별 업장이 게임사로부터 온라인게임 구매에 지불하는 비용은 월 평균 132만4천원이며 이는 매장 임대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지출이 이뤄지는 항목이다.

◆'바다이야기' 사태 전후 명암 엇갈려

전국에 걸쳐 2만3천548개의 업장이 들어섰던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PC방 수는 2005년 들어 전년(2만893개) 대비 1300개 가량 증가한 2만2천171개를 기록하며 다시 성장세를 보였으나 2006년을 기점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5년의 증가세는 온라인게임 사업의 성장과는 별개로 당시 유행했던 사행성 PC방의 창궐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며 사행성 게임업장의 단속이 강화되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던 것이다.

이후 정부가 사행성 업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PC방 등록제를 시행했고 이어 건축법 개정을 통해 PC방 입지를 도로변으로 제한하는 안을 추진하며 업계의 위기감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당초 2007년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었던 PC방 등록제가 1년여의 유예기간 끝에 2008년 중 실시되며 '연착륙'할 기회를 얻었고 PC방 입지 제한이 백지화되며 '최악의 위기'를 벗어난 형국이다.

◆놀이문화의 축으로 생명력 유지

PC방 업장이 '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것은 역시 게임 이용 문화의 저변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와 초고속인터넷 등 인프라가 가정에 꾸려져 있어도 PC방을 찾는 이용고객의 수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는 젊은 층이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놀이문화의 주종으로 게임이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을 좀체 용인치 않는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역설적으로 PC방의 생명력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양상이다.

◆히트작에 목매는 PC방 업종···난관도 첩첩산중

PC방 업자들이 가장 고대하는 것은 역시 게이머들의 이용열기에 불을 지피는 히트작이다. 반대로 가장 꺼리는 것은 정부규제가 첫 손에 꼽힌다.

2008년 가을에 등장한 '아이온'이 1년 가까이 MMORPG 장르를 석권하며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한 것 처럼 2010년에도 '히어로'를 기다리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가 현재로선 업주들이 꼽는 기대작 1순위다. 10년전 PC방 이라는 업종 자체가 생겨나게끔한 전작의 후속작인만큼 기대가 없을 수 없다.

업주들이 '호환마마'보다 더 두려워 하는 것은 역시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은 '국민건강증진법'이다. 해당 법 개정을 통해 PC방 업장의 1/2이상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야 하며 추후 매장 전 면적이 완전금연구역이 된다.

이는 '왼손에 담배, 오른손에 마우스'를 쥐고 게임을 하는 다수의 성인 남성 이용층의 게임이용 행태를 감안하면 PC방 업종 10년 역사상 최대의 '시련'이 될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PC방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분야와 법규로 국민건강증진법을 꼽았다.

PC방은 각종 악성코드 범람으로 인한 게임계정 탈취가 이뤄지는 '온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신종플루가 창궐하며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있는 곳으로 우려받고 있기도 하다.

PC방 업종이 산업과 문화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은 공헌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지만 이들 업종에게 쏠리는 사회적인 인식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고 싸늘하기까지 한 것이 현실이다.

PC방 업종이 이와 같은 악조건 아래서도 지난 10년과 같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선뜻 낙관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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