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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근]법원 아이템 판결 새 논란의 시작


사행성 게임이 아니라면 게임 아이템과 머니 등을 거래하는 것이 위법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게임 아이템 거래를 생업으로 삼아온 '꾼'들이나 용돈벌이 삼아해온 게이머들, 이들의 거래를 주선해온 파생산업(게임사 입장에선 기생산업) 종사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지만 게임사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형 온라인게임, 특히 롤플레잉게임은 오랜 시간 공들여 플레이해 얻은 게임 내 결과물과 경험치 등이 이용자의 게임속 분신인 캐릭터의 귀천(貴賤)을 결정짓는다.

오토프로그램을 쓰는 '반칙'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결과물은 시간과 노력에 대체로 비례한다. 그러나 롤플레잉게임의 특성상 우연적 요소도 상당 부분 개입한다. 이 결과물을 자신의 분신을 귀히 만드는데 쓰지 않고 남에게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 것이 아이템 현금거래다.

이를 비난하고 죄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에 목숨건 영혼들의 피폐한 모습, 관련해 생기는 각종 부작용은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한다.

게임사들은 "재미로 즐겨야 게임이지 돈벌이로 즐기면 그게 게임이냐"라는 점잖은 목소리로 이용자들을 타일러왔다.

또, '혹시나' 이용자들이 돈벌이의 유혹에 빠질까봐 약관으로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엔씨를 비롯한 모든 게임사들이 현금거래를 약관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 약관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2009년 기준,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총 3조5천억원 가량을 달성했을 걸로 추정된다. 아이템 및 머니를 사고 파는 거래액 규모는 전체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의 절반을 넘어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 판매자가 '하지 말라는 일'에 쓰이는 돈의 규모가 그만큼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논란이 없을 수 없고 2007년 중 게임산업진흥법에 이러한 논란을 풀 개정을 통해 관련 법제화가 이뤄졌다.

그런데 이게 또 헷갈리기 짝이 없는 법률이다. 우연적 방법으로 획득한 게임 결과물을 환전 알선하는 것은 위법이란다.

당시 문화부 게임과 담당 사무관은 "작업장은 무조건 불법, 고스톱 및 포커게임 머니 거래도 불법, 환전 알선하는 '꾼'들도 불법, 이용자들 끼리 적당히 거래하는건 묵인"이라는 유권해석을 내어놓았다.

그 사무관은 최고의 퀄리티를 갖춘 훌륭한 공무원으로 평소 믿어 의심치 않는 이였고 나름의 '절충안'이 나오기 까지의 고민도 평가할만 했다.

그러나 법이란게 누가 봐도 그 조항을 적용하는데 있어 명백한 일관성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니겠나. 당시에도 "나중에 사단나면 저걸 대체 어찌 해석하나, 입법 의도 대로 과연 법해석이 가능할까" 염려했던 기억이 난다.

약 3년의 시간이 지나, 사행성 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의 머니는 거래해도 괜찮다고 법관이 '인증샷'을 날렸다. 그 거래 규모로 봐서 개인 이용자의 용돈벌이 수준으로 보기 힘든 거래인데도 말이다.

그냥 싸게 사서 비싸게 판 거래일 뿐, 차익을 남긴 그 피고들이 생성 과정에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당장 아이템 중개 업체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중개 업체 중 1위 사업자인 아이템매니아는 연간 300억원대의 매출에 힘입어 게임 배급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양지'로 나선 김에 게임산업협회 회원사가 되기 위한 입회신청을 했다 퇴짜를 맞기도 했다. 이른바 파생산업(혹은 기생산업)의 비애다.

법원 판결은 게임 아이템 및 머니의 귀속권이 게임사가 아닌 게이머에게 있다고 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대놓고 그런 이야길 한건 아니지만 그리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게임사 약관은 "이용자들이 얻은 게임 내 결과물은 게임사의 프로그래밍에 의해 생성된 것인만큼 게임사에게 그 소유권이 있다"는 취지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간 공정위의 약관심사는 이러한 '세계관'이 틀리지 않다고 공인해 왔다.

이제 어떡하나?

아이템 현금거래 하다 걸려 제재를 입은 이용자들이 엔씨 등 게임사에게 보상을 요구하면 어떡하나. 마치 혼인빙자간음죄가 위헌으로 판결난 후 해당 법령에 의해 처벌받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 처럼 말이다.

당장 약관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어느 게임사 관계자는 "축구 시합 내에서 공을 손으로 건드리면 '핸드링'이 되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 축구공 손으로 만져도 문제 없는 것"이라며 게임 내외의 '게임의 법칙'을 분리해서 봐야고 한다고 주장한다.

법원의 판결도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게임사 약관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 내 결과물이 현실 세계에서 거래되는 사안으로 인한 문제인만큼 이러한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지금껏 게임사들이 운영해온 약관은 핸드링을 범한 선수의 상대편에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선수에게 몇십 경기(또는 한 시즌) 출장정지, 혹은 선수 자격 영구 박탈 수준의 징계를 해오지 않았던가.

게이머가 게임 세상에서 이룩한 '성취'가 누구의 것인지를 따지는 논의도 다시 활발하게 이뤄질 것 같다. 이는 게임 뿐 아니라 모든 인터넷 비즈니스로 그 논의가 확대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번 판결이 산업계에 '쓰나미'같은 파장이 올 것으로 판단된다면 다시 한 번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해당 법령을 좀 더 터프하게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게임법 개정안 처리에 1년 이상 시간을 잡아먹는 국회 문방위가 제 때 처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말이다.)

3년 만에 '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내려진 첫 판례는 이처럼 간단치 않은 숙제를 게임시장에 던져놓았다. 이제 어떠한 해법이 다시 마련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듯 하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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