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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틀을 바꾸자]①세계로 뻗는 게임 한류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 원동력

국내 게임업체들이 탄탄한 개발력에 바탕을 둔 온라인게임으로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동안 콘솔 게임 위주의 세계 시장에서 틈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PC기반 온라인게임을 공략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

하지만, 온라인게임이 등장하고 자리잡은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게임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해외에서는 개발력과 자본력을 앞세운 대규모 게임사들이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고, 게임사들과 게임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게임을 '삼류 문화'로 치부하고,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식도 우리 사회에 깔려 있다.

이제는 게임 산업이 양적 성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하려면 치워야 할 잡초는 제거하고 좋은 점은 더욱 키워나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틀을 갖춰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경쟁력과 이들이 고도 성장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두려움 없이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어떤 것이어야 할지를 짚어본다.[편집자주]


한류(韓流)는 드라마나 가요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제 갓 10여년이 지난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아시아와 유럽, 미국을 넘나들며 코리안 파워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문화 콘텐츠 수출액 30억달러 중 절반은 게임 수출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세계 게임 시장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콘솔 플랫폼 게임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초고속인터넷 환경의 발달에 힘입어 PC기반 온라인게임이 등장하면서 한국은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강국의 이미지를 얻게 된 데에는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도 잘 뒷받침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나 소니, 닌텐도 등 세계적인 대규모 게임회사들에 비해 개발력이나 자본력이 한참 부족한 국내 게임사들이 틈새 시장을 잘 공략한 덕분이기도 하다.

◆新 韓流 이끄는 게임회사들

국내 게임회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펼치는 활약은 눈부시다.

넥슨은 이미 7천여억원 가량의 지난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이 60%를 넘었으며, 엔씨소프트도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액토즈소프트는 중국 시장에서 대표 게임이 선전하면서 지난해 매출 1천억원 돌파를 달성할 수 있었다.

와이디온라인은 댄스게임 '오디션'으로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고,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중국에서 총싸움게임(FPS) '크로스파이어'가 동시접속자수 180만명을 돌파한 덕에 지난 3분기에 분기 매출 기준으로 NHN(한게임)을 제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NHN과 CJ인터넷이 각각 '드래곤네스트'와 'SD건담'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매출 규모가 큰 메이저 업체들뿐만이 아니다.

위메이드에 인수된 조이맥스는 글로벌서비스플랫폼(GSP)을 통해 '실크로드온라인'을 180개국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한빛소프트와 웹젠 등은 다국어로 서비스하는 글로벌 게임포털을 자사 게임의 홍보 수단으로 삼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개발사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특히 중소 개발사들의 경우 아예 개발 진행중인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의 문을 먼저 두드리기도 하며, 해외 시장에서 잘되면 아예 국내 서비스는 포기하고 해외에만 집중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에 있어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좋은 게임을 들고 나갔다고 해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게임을 이용하는 문화가 다르기도 하고, 잘나가는 국내 게임회사들의 성장을 견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정부가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권리)를 발급하고 실명제를 추진하는 등 온라인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외산 게임 규제와 중국 게임사 육성을 직접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서운 속도로 급성장한 현지 중국 게임사들의 추격도 국내 게임사들에게는 위협 요소다.

초기에는 한국 게임 '베끼기'부터 시작했던 중국 게임회사들이, 이제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사들을 사들이거나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CJ인터넷은 2006년 설립한 중국합작법인을 올해 초 청산했으며, NHN도 최근 중국의 게임포털 운영업체인 아워게임 에셋츠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중국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앞으로는 현지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진행하는 형태로 추진할 예정이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시장의 문턱 역시 높은 편이다. 콘솔 게임을 주로 이용하다보니 온라인상으로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실행하고 함께 즐기는 문화에 익숙지 않은 이용자들이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낯설어 하기도 한다.

◆현지화 전략 오래 준비해야

넥슨은 일찍이 부분유료화(Pay to bill) 모델을 들고 나가 북미 시장에서 '마비노기영웅전', '던전앤파이터' 등을 선보이며 1천만 회원을 확보했고, 엔씨소프트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길드워'를 600만장 이상 판매하는 등 선전을 펼치고 있지만, 미국에서의 성공은 아직까지 일부 업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과 미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미국은 모든 게임회사들과 게임 이용자들의 눈이 몰리는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며, 중국 역시 국내 게임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이미 거대한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각 시장의 여건과 문화에 맞게 게임을 적절히 현지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많은 문화권이라면 무거운 느낌의 게임보다는 캐주얼 게임을 선보이고, 게임 속 언어나 의상, 아이템 등을 현지화하는 작업은 기본이다.

중동권 국가에서는 라마단 기간에 맞는 이벤트를 실시한다거나, 콘솔 방식의 게임 문화에 익숙한 북미권 국가에서는 키보드 대신 게임패드로도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문화와 환경을 배려한 조치다.

따라서 해외 시장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시장 분석과 현지화가 관건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외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어느 정도 축적돼 온 업체라면 직접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해당 시장과 이용자 특성을 잘 파악해 얼마나 잘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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