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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최연성 길들인 '본좌' 마재윤의 힘


돌아온 괴물, 또 다시 천적에게 무릎끓다

"요환형은 교전이 벌어지면 유불리에 관계없이 유닛 한기 남는 순간까지 컨트롤에 주력하지만 저는 안되겠다 싶으면 일단 병력 후퇴시키며 진용 갖춘 후 생산에 주력합니다."

정상에 올랐던 2004년 가을 무렵, '괴물' 최연성은 기자를 만나 팀 선배이자 '사부'인 임요환과 자신의 차이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콕 집어서' 말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플레이가 '황제'의 그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컨트롤과 전략, 타이밍에 주력하는 임요환과 달리 최연성은 빠른 자원확보와 생산에 주력해 '시작부터 이기고 들어가는' 플레이로 리그를 석권했다.

두둑한 배짱과 경기 자체를 읽는 '감'이 워낙 탁월해 한동안 그를 대적할 게이머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의 존재는 동시대에 존재하는 e스포츠 프로게이머들에겐 '재앙'과 같았다.

그런 '괴물'도 마재윤 앞에선 기를 펴지 못했다.

마재윤과의 공식전 맞대결에서 무려 7연패를 거듭하며 정상에서 내려왔고 마재윤은 MSL 3회 우승을 달성한 후 온게임넷 스타리그까지 석권, 명실상부한 '본좌'로 자리매김 했다.

더블커맨드 후 '닥치고 물량'으로 대변되는 최연성의 플레이도 3해처리 건설 후 유연한 경기운영을 펼치는 마재윤 앞에선 기를 펴지 못했던 것.

엄재경 해설위원으로부터 "자원먹고 헐크로 변하면 아무도 못 말립니다. 변신전에 때려잡아야 합니다"라는 평을 들었던 최연성이지만 마재윤에겐 '200대 200' 다 채운 물량전에서도 패퇴하는 '굴육'을 맛보기도 했다.

11일, 용산 e스포츠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스타리그 개막전에서 맞붙은 두 선수의 격돌은 최고의 빅카드로 꼽혔다.

2006 시즌을 석권한 현존 최고수 마재윤이 절치부심끝에 본선무대에 복귀한 '괴물'을 지명해 블록버스터급 대진이 성사됐기 때문.

이날 경기는 왜 마재윤이 그동안 '괴물'을 길들일 수 있었는지, 나아가 왜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를 보여줬다.

'파이썬' 맵에서 맞닥뜨린 두 선수는 각각 '가장 자신있는' 빌드를 선보이며 최강의 적수와의 일전에 대비했다.

마재윤은 12드론 앞마당 해처리 건설 후 본진에 해처리를 추가하는 3해처리 플레이를 선보였고 최연성도 투배럭 후 더블 커맨드를 선택하며 물량전을 예고했다.

경기 시작 5분경, 마재윤의 레어 건설이 완료되고 최연성의 커맨드가 앞마당 미네랄 필드 앞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최연성의 바이오닉 병력이 마재윤의 기지 앞에서 무력시위를 했고 마재윤은 미리 빼돌린 저글링들로 최연성의 본진 쪽에 압박을 가하며 바이오닉 병력을 철수시키게끔 했다.

이틈을 타 마재윤은 드론을 6시로 보내 추가 멀티를 가져갔고 스파이어를 완성시켜 공중병력의 생산준비까지 마쳤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타이밍은 7분30초경. 10기 가량의 뮤탈이 공중을 누비고 있고 최연성의 바이오닉 병력은 상대의 추가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센터를 활보하고 있었다.

마재윤이 '파수꾼'으로 보낸 저글링 1기에 최연성 병력의 동선이 노출됐고 일체의 지체 없이 뮤탈-저글링 조합이 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에 최연성의 머린-메딕 병력들은 아군과 합류하기 위해 본진으로 회군하기 시작했으나 기지에 이르기전 저그 군단의 급습을 당해 전멸하기에 이른다.

내친김에 본진까지 입성한 마재윤의 뮤탈리스크는 테란 진영의 서플라이 디폿을 격파하고 저글링은 앞마당을 유린했다. 겨우겨우 최연성은 방어에 성공했으나 이미 그 순간 두 선수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그 타이밍에 마재윤은 히드라-럴커로 체제 전환을 이뤄 10분께 출진한 최연성의 병력을 다시 패퇴시킨다.

최연성이 머린-메딕에 탱크, 베슬까지 추가해 13분경 다시 출격했으나 이를 기다린 것은 디파일러의 다크스웜. 주황색 구름다리가 이어지며 테란 병력의 눈을 가렸고 곳곳에서 저글링, 러커가 숨통을 끊기 위해 달려들었다.

여기까진 마재윤이 최연성에게 공식전 전승을 거둬왔던 시나리오와 동일했다.

끊임없는 저글링 정찰로 상대의 체제와 테크트리, 병력생산 정도와 동선을 낱낱이 파악했다. '적절한' 수의 성큰과 저글링의 우회를 통한 효율적인 활용으로 뮤탈리스크나 럴커과 같은 레어 유닛이 등장하기 전 테란 바이오닉 병력의 활용도를 최소화하는 운영도 빛났다.

양 선수 모두 정찰과 생산 병력의 컨트롤, 추가 생산에 여념이 없던 타이밍에 상대 병력의 동선을 파악한 마재윤의 순간적인 판단과 공격과 생산을 동시 수행하는 멀티 태스킹이 더욱 돋보였다.

이미 여기서 승부는 갈렸고 남은 경기는 마재윤의 '일방통행'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7분경, 최연성이 띄운 3기의 드랍십이 마재윤의 본진을 강타하며 판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상륙작전을 펼친 바이오닉 병력이 마재윤의 본진에서 저글링 3부대를 학살했고 5배럭-1팩토리-2스타포트에서 뿜어져나온 병력이 센터를 지나 6시 지역 앞마당에 있는 마재윤의 멀티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마재윤이 울트라리스크 체제로 전환하기 직전을 노린 최연성의 타이밍, 가공할한한 생산력이 빛을 발했던 것.

동시에 베슬의 이레디에잇 '지우개'로 6시 본진 드론을 학살까지 병행하는 놀라운 멀티태스킹 또한 눈부셨다.

물론 '역전'은 없었다. 잠시 당황했던 마재윤은 최연성의 카운터 펀치를 연이어 맞으면서도 최연성의 3시 추가 멀티를 파괴했고 남은 병력으로 '올인', 최연성의 앞마당과 본진까지 파괴하며 승부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패배 선언 후, 앞이빨을 지그시 깨무는 최연성과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마재윤의 모습이 방송 화면에 나란히 잡히기도 했다.

이날 경기 후반의 '파란'은 최연성이 평소 자기 스타일을 버리고 대규모 드랍십을 통한 상륙작전을 감행하며 의표를 찔렀기 때문. 3드랍십에 앞서 14분경 출격한 2기의 드랍십이 스커지에 격추되지 않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후속 콤보로 이어졌다면 역전도 내다볼 수 있을만한 상황이었다.

이날 최연성의 플레이에는 딱히 흠잡을만한 구석이 없었다. 패인이 된 초반 바이오닉 병력의 센터출진도 '압박을 통해 저그의 드론 확충, 추가 확장을 저지'한다는 테란 플레이의 교본과 같은 것.

평소 아쉬움으로 지적됐던 컨트롤 미스도 거의 없었다.

다만, 장기전 수행에 있어 수싸움과 미세한 운영에서 '한 발' 더 앞서는 마재윤의 불가사의한 '포스'가 패인이었던 듯 하다.

2005년 이후, 마재윤의 양대 메이저리그 전적은 28승 13패, 승률 68.3%. 2001년, 1.08패치로 저그가 테란에게 불리해진 상성을 완벽히 극복해낸 수치다. 마치 "테란이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날 경기를 통해 보여준 '포스'가 이어진다면, 2001년 임요환 이후 6년만에 온게임넷 스타리그 2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는 것도 가능할 듯 하다.

최연성과 마재윤의 '역학'이 계속 유지된다면 다음 시즌에 마재윤이 최연성을 또 지명해도 '명분'이 아닌 '실리'를 택한 선택이라는 평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최연성이 마재윤을 잡기 위해선 이날 후반부에 보여준 것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벗어난 전략적인 플레이를 강화하는 등 '변화'가 필요할 듯 하다. '사부' 임요환이 전성기에 보여준것과 같은 정교한 '맞춤빌드' 또한 요구될 것 으로 보인다.

장착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나 상대의 '생각'이 많아질수록 '괴물' 특유의 생산력과 파괴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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