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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우리는 실패를 가장 많이 한 회사"


실패에서 배우는 도전이 엔씨 신화 창조

[박계현기자]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랴'

국내 대표 게임기업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행보는 화려하다. 주력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리니지·리니지2·아이온의 대박에 이어 요즘에는 프로야구단 창단으로 세간의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주력 게임 리니지와 리니지2, 아이온은 이미 누적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섰고 프로야구 제9구단의 창단은 야구업계는 물론 지자체들의 움직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KBO가 제9구단의 창단 조건으로 모그룹의 유동비율, 부채비율, 자기자본 순이익률 등의 재무 기준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엔씨소프트의 재무건전성은 만천하에 공개된 상태. 2009년 40.3%, 2010년 33.8%의 순이익률을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앞으로의 행보 역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매출 효자 '아이온'은 230억원의 개발비 투자로 누적 매출 5천137억원을 기록한 초대박작. 아이온은 '황금알을 낳는 게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니지 역시 통상 6~7년의 수명 주기를 가진 여타 MMORPG들과는 달리 서비스 만 12년째를 맞으며 건재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도 1천81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처럼 화려한 외형과 달리 정작 엔씨소프트는 그러나 "우리는 업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실패를 많이 한 회사"라며 몸을 낮추고 있다. '지나친 겸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날려 버리듯 실상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들의 말은 놀랍게도 사실이기도 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엔씨소프트의 실패는 그러나 항상 새로운 도전의 씨앗이기도 했다. '실패를 하도 많이 해서 왠만한 충격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이면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에는 '실패를 아주 많이 한 아픔' 이면에 '새로운 도전도 자신 있다'는 여유로움이 있다. 이 회사의 화려한 성공의 배경에는 실패를 끌어 안으며 성공을 만들어내는 체질과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아이온' 매출 5천억원 뒤엔 '실패'를 끌어안는 조직문화가 있다!

엔씨소프트의 전체 직원 2천821명 가운데 R&D인력은 국내 1천374명으로 전체의 48.7%다. '아이온'이 수익을 내기 이전인 2008년엔 매출 2천402억원 중 R&D에 897억원을 투자했으며 2009년에는 4천525억원 중 개발비로 1천110억원을 썼다.

통상적인 업계의 개발비 비중이 1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엔씨소프트는 최소 다른 기업의 2~3배에 이르는 연구 개발비를 매년 지출하는 셈이다.

'아이온'의 성공만해도 결과는 창대했으나 그늘은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를 중단하고 개발자와 소송 중인 '타뷸라라사'에 투입된 비용은 1천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처드 게리엇과 함께 했던 '타뷸라라사'에 투입된 비용만 1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그동안 사업을 접은 프로젝트 규모는 우리 회사를 따라올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이 정도 규모의 투자가 실패하면서도 기업경영을 지속해 나갈 여력이 있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타뷸라라사' 외에도 스노보드게임 'SP잼', 테니스게임 '스매시스타', '엑스틸' 등 수많은 프로젝트가 개발비도 회수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실패에 대응하는 자세는 분명 달랐다. 엔씨소프트는 실패를 끌어 안는 것으로 새로운 성공을 도모해 왔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소위 '엎어진' 프로젝트는 개발팀이 소속 팀원들을 데리고 회사를 퇴사하는 것으로 끝나기 마련. 반면 엔씨소프트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바로 그것이 성공 비법"이라고 귀뜸한다.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실패를 프로젝트 팀에 책임지우는 문화와는 거리가 먼 회사"라며 "실패한 프로젝트의 팀원을 자연스럽게 다른 프로젝트로 합류시키는 회사의 노하우는 엔씨소프트가 세계 최고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서 우수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것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패를 수 없이 겪었지만 사내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킨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키운 원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창원구장, 도시의 랜드마크로 만들며 흑자경영할 것'

엔씨소프트는 벤처 기업의 초심을 잃지 않고 천생 개발자인 김택진 대표를 필두로 10여년간 우직한 게임개발사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피도 눈물도 없는 주식 시장도 엔씨소프트의 뚜렷한 색깔에 신뢰를 보냈다.

엔씨소프트가 창원 제9구단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 8일, 주가는 발표 직전까지 하락하다 막상 발표 뒤엔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며 전일대비 4.04% 오른 주가로 장을 마감했다. 프로야구단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리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마자 냉정한 돈의 흐름이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단 창단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새로 창단될 프로야구단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연간 25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프로야구단 운영이지만 엔씨소프트는 내부적으로 '흑자운영'이라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창원시에 신축될 예정인 프로야구 구장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야구장을 타 지역 야구팬들까지 유치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직 심리적으로 통합되지 않은 인구 110만명의 통합 창원시를 스포츠를 통해 화합시킨다는 부가적인 목표도 세웠다.

엔씨소프트 측은 "부산, 울산 등이 있는 경남의 동부권과는 달리 마산 등 서부권은 엔터테인먼트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프로야구단을 통해 창원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세상 사람들을 더 즐겁게 만든다는 기업 목표를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도전이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낼 지 궁금해진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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