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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8 '권토중래'…영웅신화 서사 따른다


고동진 사장 "지난해 어려움 극복, 빠르게 회복"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갤럭시노트8이 공개 직후부터 호평을 받으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마치 기이한 출생과 비범한 능력, 하지만 위기와 시련을 겪은 후 영웅으로 성장하는 영웅신화의 서사구조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분위기다. 현재진행형인 노트 신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갤럭시노트8을 공개한 후 인터뷰를 통해 "갤럭시 브랜드는 지난해 어려움을 극복하며 놀랄 만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어떠한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객을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을 거듭해 가장 사랑받는 스마트폰 브랜드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해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을 염두에 둔 말이다. 지난해 8월 출시된 갤럭시노트7은 일부 모델이 불에 타서 부서지는 소손 사례가 이어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같은해 9월 2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갤럭시노트7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한편, 구입시기와 상관없이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상황이 더 악화돼 갤럭시노트7은 결국 단종됐다. 올해초 판매된 제품의 회수 작업이 완료됐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갤럭시노트8은 공개 초반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기능 확장과 성능 강화가 이어짐에 따라 외신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 비범한 출생과 능력, 그리고 시련

갤럭시노트가 공개되기 전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S2를 통해 노키아를 꺾고 글로벌 휴대폰 왕좌를 차지한 바 있다. 갤럭시S2는 같은해 9우러 1천만대를 돌파, 총 4천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갤럭시S를 글로벌 스마트폰 중심축으로 옮기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다만, 아이폰 쇼크라고 표현될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애플에 밀려 패스트 팔로우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이 필요했다. 갤럭시노트는 삼성전자를 퍼스트무버로 격상시키면서도 브랜드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 전략 속에서 탄생했다.

갤럭시노트의 비범한 능력은 대화면과 S펜으로 귀결된다. 갤럭시노트의 화면크기는 5.3인치로 슈퍼 아몰레드 패널을 사용했다. 2011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는 4인치대에 머물러 있었고, 애플의 아이폰은 3.5인치를 유지했던 점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큰 화면크기였다.

단순히 대화면만을 구현한 것은 아니다. 화면에 걸맞는 사용자경험(UX)으로 S펜을 앞세웠다. S펜은 펜 태블릿 업체로 유명한 일본 와콤과 손을 잡았다. 전자기유도방식을 이용해 필기감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능력은 곧장 비난으로 이어졌다. 갤럭시노트는 출시 전부터 외신들의 질타를 받은 제품이다. 당시 외신들은 "졸작", "인류 역사 중 최악의 디자인", "쓸모없는 폰", "너무 크다", "대고 말하는게 우스꽝스럽다", "거추장스럽다" 등등 험담을 늘어 놓았다. 일부 외신들은 편집장이 직접 나서 악질적인 농담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2011년 11월 29일 갤럭시노트가 첫 출시된 이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출시 2개월만에 글로벌 100만대 판매량을 달성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시장에서 꾸준하게 상승했다. 홍콩과 대만에서도 판매량 5위권 안에 진입했다. 북미 시장 진출 전부터 얻은 쾌거였다.

갤럭시노트는 해를 넘긴 2012년 누적 판매량 1천만대를 돌파하며 ''패블릿''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폰(Phone)과 태블릿(Tablet)의 합성어인 패블릿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로 퍼스트무버 자리에 안착했음을 알리는 표지였다.

2012년 출시된 갤럭시노트2는 노트 시리즈를 좀 더 대중화시킨 장본인인다. 2012년 9월 26일 출시된 갤럭시노트2는 37일만에 글로벌 30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작대비 3개월 빠른 시점에 500만대 판매량을 돌파했다. 갤럭시노트와 함께 누적 판매량 4천만대를 달성하기에 이른다.

갤럭시노트3부터는 판매에 가속이 붙었다. 출시 1개월만에 500만대를 돌파하면서 경쟁사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 성장통 겪은 갤럭시노트, 절정에 이르다

갤럭시노트가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2014년 출시된 갤럭시노트4는 삼성전자에게는 암울한 기억이다. 혁신 없이 고스펙 경쟁만 하고 있다며 뭇매를 맞았다. 성적도 하락했다. 삼성전자 IM부문의 실적이 떨어지면서 무선사업부 임직원 500여명이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갤럭시노트4 유격 현상이 발목을 잡았다. 기존모델과 다르게 조립접합방식을 바꿨지만 이에 따른 유격현상이 발생한 것. 극히 일부 모델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오류였으나 초기 이 여파 때문에 판매량에 악영향을 받았다.

외부적으로는 애플이 기존 4인치 아이폰을 버리고 4.7인치, 5.5인치 대화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갤럭시노트4가 역풍을 맞게 됐다.

아이폰 역습에 당한 삼성전자의 성적은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3년 4분기 삼성전자가 밝힌 휴대폰 판매량은 9천500만대로 이중 스마트폰 비중이 약 70%후반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스마트폰은 대략 7천125만대에서 약 7천505만대 수준으로 계산됐다. 애플은 같은기간 실적발표를 통해 총 7천446만8천대의 아이폰 판매량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1위 자리를 수성한 삼성전자에게는 뼈아픈 분기로 남았다.

삼성전자는 즉각 변화를 모색했다. 갤럭시노트5는 그간 정들었던 IFA를 뒤로 하고 미국 뉴욕서 단독 공개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시기도 9월에서 8월로 약 1개월 가량 앞당겼다. 계속해서 오르던 가격을 잡아 80만원대 후반으로 책정했다.

갤럭시노트5가 기존 노트 브랜드를 정상궤도에 올리는 수비 역할이었다면, 공격 역할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7이었다. 삼성전자는 높은 자신감을 드러내듯 갤럭시노트6를 건너뛰고 갤럭시노트7으로 직행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그만큼 많은 것들이 바뀌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

갤럭시노트7은 노트 최초라는 수식어가 다수 붙었다. 일단 노트 시리즈 중에서 처음으로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갤럭시노트5에서 선보였던 후면 엣지까지도 포함됐다. 갤럭시 최초로 USB 타입C 커넥터를 사용했다.

홍채인식 또한 갤럭시 최초로 탑재됐다. 지문뿐만 아니라 홍채를 통해서도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보안 플랫폼인 녹스를 통해 보호됐다. 첫 도임된 삼성 패스는 공인인증서나 OTP, 보안카드 없이도 계좌 이체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노트 최초로 방수방진 기능이 추가됐다. 갤럭시노트7뿐만 아니라 S펜도 방수방진을 지원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S펜 솔루션이 새로 추가됐다.

갤럭시노트7은 기존 노트 시리즈의 장점만을 모은 완성형 모델로 평가받는 등 절정에 이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발화사건이 이어지면서 끔찍한 악몽의 아이콘으로 뒤바뀐다.

◆ 노트 최대 위기 봉착

지난해 9월 2일 고 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서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가 거듭되면서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신제품 교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결국 갤럭시노트7은 단종 수순을 밟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700여명의 엔지니어와 연구원을 투입했다. 20만대가 넘는 완제품과 3만여대의 배터리가 테스트됐다. 이 결과 소손의 주 원인은 배터리 내부 음극판의 눌림현상, 즉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판명됐다.

고 사장은 "결과적으로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은 배터리에 있었다"며 "그러나 배터리 설계 및 제조 공정상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와 같은 실수 예방을 위해 스마트폰 안정성 강화에 나섰다.

우선 외부 업체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을때 검증 프로세스를 8단계로 더 늘렸다. 안전과 내구성, 외관, 엑스레이, 해체, 누액감지, 상온전압변화, 충전및방전, 가속시험들이 진행된다.

제품 설계 측면에서도 배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리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장치도 추가한다. 충전 온도와 전류 충전 속도 제어에 안전장치를 추가하는 등 소프트웨어 적으로도 보호 알고리즘을 강화했다.

품질보증 부서에 핵심 부품을 전담하는 부품전문팀도 추가 신설했다. 외부 전문가도 영입했다. 배터리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까지도 품질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계와 연구기관 등 재료과학 전문가들로 자문단도 구성했다.

◆ 극복의 아이콘 ''갤노트8''

"이번에 공개한 갤럭시 노트8은 혁신과 진화 속에 탄생한 최고의 노트 제품이다"

고 사장이 갤럭시노트8 공개 직후 한 말이다. 고 사장은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혁신의 리더 이미지를 굳혀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갤럭시노트8은 갤럭시노트7으로 잃은 브랜드 신뢰도를 다시 찾아야 함과 동시에 다소 주춤했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성장 DNA를 깨워야 한다는 두 개의 큰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갤럭시노트8은 6.3인치 18.5대9 화면비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와 듀얼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이 탑재된 1천200만화소 듀얼카메라, 인공지능 빅스비와 확장성의 덱스, 보안 영역의 생체인식 기능 등을 겸비한 모델이다. S펜을 통해 라이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꺼진 화면 메모와 문장 번역, 환율 및 단위 변환까지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8이 전작 대비 커다란 혁신은 없지만 안정성을 보다 강화하면서 브랜드 가치 제고에 제몫을 다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갤럭시노트8의 초도 생산물량은 약 500만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연내 판매량은 약 1천만대 안팎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아이폰 10주년을 맞이해 대대적인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한 대기 수요가 있어 무난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고 사장은 "더 많은 멀티 태스킹 기능과 함께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고객들, 개인 생활 뿐 아니라 업무에서도 더 많은 일을 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스마트폰은 바로 갤럭시 노트8"이라고 강조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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