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처벌 1호 피하자"…몸 사리는 건설업계


중대재해법 보완 목소리 높이던 건설업계, 광주 붕괴사고에 '당혹'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중대재해특별법이 27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가 '처벌기업 1호'를 피하기 위해 조업을 중단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 혹시나 모를 사고가 발생해 불명예를 떠안느니 차라리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이 모호하고 기업에 과도한 처벌로 이어진다며 보완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는데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붕괴사고로 인해 속 앓이만 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처벌이 강화될 상황에 처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광주 서구 화정동 HDC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13일째인 23일 오전 붕괴 된 아파트 전경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이날부터 다음달 초까지 사실상 '휴업'에 돌입한다. 표면적으로는 설 연휴와 함께 직원들의 연차 사용 권장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실상은 중대재해법 처벌 1호를 피하기 위한 대책이다.

현대건설은 동절기 주말에 안전사고가 많은 점을 고려해 내달까지 주말과 공휴일 작업을 전면 금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인 이날을 '현장 환경의 날'로 정해 전국 현장의 공사를 중단하고 정리 정돈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긴다. 28일에는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이 참여하는 안전 워크숍을 진행한다.

대우건설 역시 설 연휴 시작일을 이날로 앞당기면서 대다수 공사현장은 멈췄다. DL이앤씨는 설 연휴 휴무일을 내달 3일까지 하루 더 연장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설 연휴 전후로 휴무를 적극 권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현장에 내려보냈다.

HDC현산의 광주 붕괴사고로 인해 건설업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한 가운데 중대재해법 '처벌 1호' 불명예까지 씌워진다면 기업가치에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만들고 시행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안전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최고안전책임자(Chief Safety Officer·CSO) 신규 선임 등으로 안전에 대한 권한과 책임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근로자의 안전의식 강화를 위해 무재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업도 생겼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본사에서 아무리 안전경영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현장 노동자의 단 한순간의 실수나 착오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지난 2020년부터 대한건설협회를 필두로 중대재해법 개정을 요청했다. 처벌범위가 광범위하고 경영진에 직접 책임을 물을 경우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광주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로 인해 건설업계는 이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다른 업종보다 중대재해법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에서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은 총 190개사인데 이 가운데 57%인 109곳이 건설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사고의 70% 가까이 건설현장에서 벌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산의 사고 이후 건설 면허 정지까지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또다시 건설사가 대형사고를 내면 이미지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경영진의 형사처벌 가능성도 생긴 만큼 최우선적으로 안전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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