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한 달] 재계, 곳곳서 '곡소리'…"보완 입법 절실"


처벌에 집중된 法, '실효성' 여전히 의문…"올 상반기 내 안전 시스템 구축 서둘러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 과연 획기적으로 재해를 줄일 수 있을까요?"

안전·보건 관리를 소홀히 해 인명사고가 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됐지만 기업들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 경제계의 계속된 지적에도 보완 입법 없이 법 규정이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다. [사진=조은수 기자]

2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인 1년 이상 징역형, 법인에 대한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까지 중첩해 부여하고 있다. 이미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웬만한 재해 예방에 대한 규정을 정해놓고 있는 만큼 재계에선 중대재해법을 두고 '경영 책임자를 위한 처벌'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산안법은 사고 발생 시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 등 관련자를 모두에게 책임을 지우는 개방적 구조라면 중대재해법은 오직 경영책임자에게만 처벌을 가하는 폐쇄적 구조"라며 "안전·보건 의무 미이행이라는 부작위(不作爲)에 대한 벌금·징역형인 만큼 준수 범위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수사 과정에서 인과관계를 추정할 때 논란도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 책임자를 CEO(최고경영자) 또는 CSO(최고안전관리책임자)로 특정하지 않고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 부분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경영 책임자 개념에 대한 모호성 때문에 CSO가 있더라도 CEO 면책이 어려울 수 있고 더 나아가 기업의 실제 소유주 처벌까지도 열려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지배구조 관련 신규 공시 항목을 의무화하겠다고 나선 점도 기업들의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특히 '총수 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 공시가 의무화되면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맞물려 오너들이 실질적인 경영 행위에 참여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경영계에선 중대재해법에 어느 정도 조직과 인력, 예산을 갖춰야 하는 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점도 기업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각 사업장의 규모나 특성을 고려해 적정한 전담조직을 갖추라고만 안내하고 있어 '적정한'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전경련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마련되고 해설서가 배포됐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법률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준수로 인정되는지 알기 어려운 혼란에 처해있다"며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과도한 처벌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준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조차도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의 재해 사망사고 발생 건수가 법 시행 이전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전국 산재사망 사고 발생 건수(지난 15일 기준)는 19건으로, 25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또 지난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전국 산재사망 사고 발생 건수는 64건으로, 75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사고 건수는 6건이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3명 더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안전·보건 의식이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중대재해법 수사는 경영책임자의 안전의무 위반 여부를 규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적정한 수사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전담 수사 인력은 제대로 충원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코스닥협회가 국내 7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법 시행 후 개정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94.6%에 달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가장 큰 애로사항은 '모호한 법조항(43.2%)'을 꼽았다.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77.5%(다소 과도 43.7%, 매우 과도 33.8%)였다. 또 과도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94.6%는 추후 법 개정 또는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대재해 안전보건관리체계 점검 및 개선 사항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법조계에서도 중대재해법의 모호한 해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진원 태평양 중대재해대응본부 변호사는 "법 시행 초기라 아직 수사기관에서 규정 해석 및 적용을 어떻게 할지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벌써부터 시장에선 위헌소송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형벌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추상적이란 지적이 많다"며 "이는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 계속해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최 변호사는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기업들이 법률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한편, 안전 보건 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변호사는 "아직 법 시행 후 반기가 지나지 않아 당장 경영책임자의 반기 1회 이상 점검 의무 위반 등을 문제 삼기 어려울지라도, 올 상반기가 지나기 전에 해당 의무 준수를 위한 업무 체계 및 프로세스를 갖추는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며 "특히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예산 편성, 집행이나 안전보건 전문인력 배치 의무 등은 곧바로 규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경영책임자 및 본사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챙겨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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