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한 달] 긴장감 도는 건설업계, 잇단 사고에 1호에 쏠린 눈


요진건설산업 시공, 경기 성남 일원 신축 공사장에서 근로자 2명 추락해 사망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의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지난달 시행됐지만, 건설 현장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긴장감이 팽배한 건설업계에서는 처벌 1호 대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근로자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상 벌금형, 건설사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요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은 경기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근로자 2명이 추락해 숨졌다.

설치 업체의 소속작업자 2명은 지상부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일하던 중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서 지상 12층에서 지하 5층으로 떨어졌다. 사고 직후 두 근로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고용부는 사고 당일 작업 중지를 명령, 시공업체인 요진건설산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건설 현장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조은수 기자]

이후 지난 16일 현대건설이 시공을 담당하는 경기 구리 토평동 세종~포천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이 근로자는 개구부 덮개를 옮기다가 발을 헛디뎌 약 3m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현장 조사를 통해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무 위반이 없는지 따져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레미콘 제조업을 영위하는 삼표산업이 3명의 사망사고를 냈다. 업종 관계없이 중대재해법이 가장 처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골재 채취 작업 중 토사 붕괴로 중장비 운전원 3명이 사망했다.

고용부는 삼표산업 본사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이종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한, 삼표산업 전국 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도 한다.

지난 21일에는 삼표산업과 같은 산업군인 시멘트 제조회사 쌍용C&E의 동해공장 시설물 건설공사 중 5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3m 정도의 높이에서 추락, 병원으로 이송한 뒤 수술을 받던 도중 숨졌다.

또한, 지난 11일에는 전남 여수 화치동 소재 여천NCC 3공장에서 열교환기 기밀시험 중 열교환기 덮개가 이탈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천NCC는 DL케미칼(옛 대림산업)과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이 지분통합으로 지난 1999년 12월 출범한 에틸렌생산 기업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양사 출신 경영진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주요내용. [사진=조은수 기자]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 등을 처벌해 근로자와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중대재해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꾸준히 발생해 실효성 있는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한 달 만에 건설업계를 비롯해 제조업, 화학업 등 전 산업군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와 1호 기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하지 않았고, 재해예방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정책의 보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개최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이해와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과실에 한정한 합리적인 처벌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며 "합리적인 안전과 보건 확보 의무, 기업의 안전보건체계 확립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영국의 안전보건체계는 기업과실치사법인 아닌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을 중심으로 민간의 자율성을 강조, 주체들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협력적 안전관리체계도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계기로 노동사 사망 같은 중대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자 전문가들이 모인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이하 중대재해전문가넷)를 지난 22일 결성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에는 노동건강정책포럼·노동권연구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 12개 단체회원과 안전보건 전문가·의료인·법조인·학자 등 136명의 개인회원이 참여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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