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푸른 바다와 맞닿아 있는 작은 동산에 붉은 동백꽃이 봄바람에 살랑인다. 바다의 거센 바람 탓인지 작게 자란 동백나무 80여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충남 서천군 마량리 동백나무숲이다. 500년의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킨 붉은꽃들 사이로 정상 동백정까지 오르면 서해의 푸른 바다와 낙조의 아름다움, 오력도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곳, 소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이곳에 얽힌 이야기는 여느 소설보다 흥미롭다. 약 500년 전 마량 수군첨사가 이 곳에 꽃을 심으면 마을에 항상 웃음꽃이 피게 될 것이라는 꿈을 꾸고 바다에 나갔더니 꿈속에서 본 그 꽃이 있어 가져다 심은 것이 지금의 동백나무숲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전설은 바다의 풍랑으로 아들을 잃은 한 할머니의 꿈속에 백발노인이 등장해 용왕을 잘 모셔야 앞으로 마을 사람들의 화를 면할 수 있다는 말에 사당에 꽃씨를 심었고, 동백꽃이 피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실제 동백정 앞 마량당집은 용왕의 화를 달래기 위해 매년 음력 정월에 이곳 당집에 모여 고기가 많이 잡히고, 바다에서 무사하게 해달라고 비는 제사를 지낸다.
흥미로운 전설로 내려오는 동백나무숲 두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마을에 '함께' 사는 이들의 행복과 무사평안을 바라는 마음이다.
◆ 사람들의 발길에 스민 행복
세월은 흘렀지만 동백나무숲의 전설은 지금도 이어지는 모양이다.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동백나무 사잇길을 걷는 발길에는 다정함과 행복이 묻어난다.
떨어진 꽃송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해 돌담 위에 올려두며 소원을 비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전국에 동백을 볼 수 있는 곳은 많다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꽃과 함께 걷는 곳은 드물기에 보여지는 풍경이다.
동백꽃은 이른 봄 3월 하순 피기 시작해 5월까지 계속 볼 수 있다. 떨어진 꽃잎마저도 시들지 않고 한참 동안 그 모양새를 그대로 갖춰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정상 누각인 동백정까지 오르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천천히 걷는 걸음으로도 10여분 남짓. 동백정에 올라 서해바다를 바라보면 바다 위 오력도가 바로 눈앞에 닿을 듯 펼쳐진다. 매섭던 바닷바람에 온기가 도는 것을 보니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 2023년 구 서천화력 철거...더 아름다워질 마량리
동백나무숲길 초입에는 봄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건설장비가 굉음을 내며 일하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동백나무숲길 너머에 위치했던 구 서천화력이 정부 정책에 따라 2017년 7월 폐쇄 결정이 내려지면서 철거를 시작했다.
차디찬 콘크리트 굴뚝이 무너지고 나면 곧 사람들의 온기 가득한 곳으로 변하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는 2023년 6월까지 철거를 완료하고 서해 비경을 눈 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동백정 해수욕장으로 복원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천=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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