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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질문과답] 정치가 과학에 질문할 때는…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내각 소환령’ 유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과학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적절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과학이다. ‘좋은 질문’ 자체로 과학은 진보한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잘못된 질문과 제대로 맥을 잡지 못하면서 과학이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 때문에 과학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과학에서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정종오의 질문과답]은 이런 과학계의 고민을 나누는 코너다. [편집자주]

질문: “새 정부에서 내각에 들어오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답: “당선자께서 과학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주시고, 부족한 제게 제안을 해 주신 것은 너무나 감사합니다. 행정 경험이 일천하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고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연구자의 답변은 분명했다.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일일이 답변하는 것도 버거웠을 터다. 때만 되면 나오는 ‘장관 하마평’과 ‘내각 소환령’에 지칠 만도 하지 않을까. 그는 기자들의 전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 당선자께서 과학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주시고, 부족한 제게 제안을 해 주신 것은 너무나 감사하다. 행정 경험이 일천하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감사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이 최근 현택환 서울대 교수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정부에서 과학기술 관련 부처에 입각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교수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행정 경험이 일천하다’ 며 제안을 정중히 사양했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현 교수는 최근 입각설에 대해 "행정경험이 일천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고사했다. [사진=뉴시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현 교수는 최근 입각설에 대해 "행정경험이 일천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고사했다. [사진=뉴시스]

현 교수는 나노 분야의 석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연구자 중 노벨상에 매우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년 10월 발표하는 노벨상을 앞두고 노벨과학상 후보로 늘 거론된다. 그때마다 현 교수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더 좋은 연구결과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학자는 연구 현장을 지키는 게 기본”이라며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연구를 통해 평가받는 게 과학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행정경험이 일천하고 제가 할 일이 아닌’ 곳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연구현장에서 연구를 통해 나를 보여주는’ 곳에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노벨상이 목표일 수는 없는데 그동안 노벨과학상을 받은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한 분야에서 수 십 년 동안 줄곧 한 우물을 팠고 그 우물에서 전체 인류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냈다. 단독 수상에서 2~3명의 공동 연구자들에게 노벨과학상을 주는 것도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각할 때마다 전 세계 연구계에서 앞서 가는 국내 석학을 정치권에서 가만히 두지 않는다. 소환하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정치가 과학을 가만히 두지 않는 셈이다. 경제, 사회, 문화 등 그 어떤 분야도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

‘정치와 과학은 분리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데 그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정치는 과학과 분리될 수도 없고 관여하지 않을 수도 없다. 초점은 정치가 과학에 어떻게 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시작은 제대로 된, 맥을 짚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는 장제원 비서실장의 질문은 처음부터 잘못된, 다른 맥을 짚었다. 질문은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질문: “그동안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새 정부에서 연구를 해 나가는데 있어 어떤 부분을 지원하면 좋을 것인지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당신이 서 있는 이곳이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입니다.”

연구 잘하고 있는 연구자에 대해 ‘내각 소환’은 과학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자가 서 있는 그곳이 우리나라의 과학미래가 될 수 있도록 정치가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해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과학은 답보다는 질문이 좋을 때 발전한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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