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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제2이동통신사 大戰편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 춤추는 기업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 춤추는 기업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제6공화국이 저물고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차기 정권으로 이양된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역시도 기지개를 펴야 했다. 다만, 한동안 제2이통사 선정 이슈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체신부 역시 새롭게 취임한 윤동윤 장관이 이끌었으나 이와 관련된 발언에 신중했다.

1993년 6월 9일 급작스럽게 기자회견을 마련한 윤 장관의 입에서 제2이통사 선정의 첫 계획이 드러났다. 1994년 6월까지 제2이통사를 선정하고, 서비스 도입 시기를 1996년으로 잡았다. 특히 이같은 시간차를 고려한 듯 제2이통사의 기술방식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로 할 것을 못 박았다.

당시로서는 획기적 발언이었다. 이미 상용화된 TDMA가 강세인 상황에서 CDMA는 미국에서조차 상용화 사례가 없는 기술발전 단계였기 때문. 하지만 선정일자와 서비스 도입 시기를 감안한다면 더 없는 수이기도 했다.

◆ 동양, 데이콤 최대 주주로

제2이통사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6개 컨소시엄은 이후 큰 변수를 맞이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데이콤의 완전 민영화 추진이었다. 1990년 1차 통신산업 구조조정에 이어 데이콤의 민영화가 한 축에서 진행 중인 상태다.

같은해 9월 22일 조백제 한국통신사장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한국통신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콤 주식 160만주(23.6%)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데이콤 주식 전량에 대해 10월 7~8일 이틀간에 걸쳐 일반국민과 법인을 대상으로 희망수량에 의한 경쟁입찰방식으로 매각한다는 것.

하지만 이 입찰은 예정가미달로 전량 유찰됐다. 1천83건의 총입찰건수에 대한 입찰주식수는 384만주에 달하기는 했으나 입찰최고가가 4만1천500원으로 당시 증시의 데이콤 주식가인 4만3천원에 비해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통신은 2차 입찰을 10월 28일 재개했으나 개인이 1천주를 사는게 그치면서 또 다시 재입찰에 나서야 했다. 이 때는 희망수량에 의한 수의계약방식으로 방식을 전환했다.

3차 입찰에서 그 변수가 발생했다. 동양그룹이 1대 주주로 오르게 된 것. 동양그룹은 계얄사인 동양베네피트생명, 동양투자금융과 함께 총 67만7천400주를 배정받아 데이콤 지분을 10%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전 1대 주주였던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7.7%였다.

제2이통사에 도전했던 동양은 다른 방식으로 정보통신사업에 발을 들이게 됨에 따라 나머지 5개 컨소시엄으로 후보군이 축약됐다. 당초 6개 컨소시엄은 선경과 포항제철, 코오롱, 동부, 쌍용 그리도 동부였다.

◆ 2차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계획 발표

마치 데이콤의 민영화를 기다리기라도 했듯 1993년 12월 10일 체신부가 제2이동통신사 사업자 선정방식을 발표했다.

체신부는 ‘이동전화 신규사업자 선정방법으로 사업계획서를 평가하는 방법과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토록 하는 방법 두 가지를 검토한 결과 단일 컨소시엄 방식이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많은 기업들이 참여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이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단일컨소시엄 구성을 민간경제5단체 가운데 전산업 분야의 대표성과 자율조정 능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인정되는 전경련에 의뢰하기로 했다. 기간은 2개월내. 만약 구성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체신부 주도로 일정자격을 갖춘 모든 신청자에게 동일한 지분을 배정해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체신부는 한국통신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동통신 주식지분 64% 가운데 민간업체가 경영권을 획득하는데 충분한 규모의 주식인 45% 이내를 매각토록 해 이동전화사업 신규허가와 한국이동통신 민영화를 병행하기로 했다.

이같은 체신부의 결정은 1차 제2이통사 선정 당시의 문제를 최대한 회피할 수 있는 묘안으로 분석된다. 정치가 경제를 압도한 1차 선정에서의 기업 불만을, 기업 스스로가 선정하게끔 유도하는 한편, 각 컨소시엄을 주도한 재벌그룹의 경쟁을 억제해 그에 따른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풀이다. 게다가 한국이동통신의 민영화는 곧 민간기업으로의 이전을 말하기에 좀 더 유연한 조정이 가능했다. 사실상 체신부의 결정은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 결과였다.

제2차 제2이동통신사 선정 경쟁 구도 현황 [사진=김문기 기자]
제2차 제2이동통신사 선정 경쟁 구도 현황 [사진=김문기 기자]

◆ 요동치는 시장…총성없는 전쟁

각 컨소시엄은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하나는 전경련이 주도하는 단일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 이 선택지는 주주구성에서 제1대 주주로 올라서야 한다는 경쟁 미션이 주어졌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이동통신 주식 매입을 통한 경영권 인수. 다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해 부담이 상당한 선택지였다.

장단이 명확한 두 개의 선택지에 대한 각 컨소시엄별 눈치싸움은 여전했다. 시장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한국이동통신의 주식매각공고를 앞두고 주가가 폭등했다. 2차 이통사 선정 전인 11월까지만해도 15만원이었던 주가는 12월 20일 23만원대로 올라섰다. 당초 전체 30%에 해당하는 160만주가 2천400억원 수준이었으나 3천800억원까지 늘어난 것. 하루 약 100억원씩 늘어날 정도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포항제철과 코오롱, 쌍용 등은 주식매입에 따른 자금부담이 너무 커 계획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멘 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만, 변수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포항제철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민영화 작업 대상에서 빠져 당분간 공기업으로 남게 되자, 12월 28일 윤동윤 체신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영화를 위해 주식매각을 추진하는 한국이동통신의 경영권이 다시 공기업인 포철에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

포철을 극렬하게 반발했다. 특별법을 적용받는 정부기관과 선을 긋는 동시에 대표이사 임명권 역시 대통령이 아닌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서 선임되고, 예산과 회계도 정부와 무관하게 움직인다고 해명했다. 정부투자기업이 아닌 정부출자기업으로 통상적인 공기업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결국 체신부는 같은달 30일 포철의 입찰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하면서 헤프닝으로 종결됐다.

일각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2개월임을 고려했을 때 신규 업체의 참여가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즉, 1차 컨소시엄을 주도한 6개 기업 이외에는 참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과 현대, 럭키금성, 대우 그룹 등은 1차 선정 당시 통신설비업체 제한규정에 따라 각 컨소시엄에서 8.25~10%의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만약 단일 컨소시엄으로 구성된다면 6개 기업이 모두 참여하고, 또 재벌기업들도 참여해 지분을 나눈다고 한다면 제한선인 10% 지분규모도 결코 적지 않다. 때문에 이들 이외에도 정보통신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인데, 이를 사전에 막았다는 의미였다.

여기에 전경련 구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1993년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된 후 민간업계의 효율적인 사업조정자 기능을 내걸고 ‘자율조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전경련 회장단으로 위원이 구성되고 실무위원회의 회장단 그룹의 기획실장이 맡는 기구다. 이 기구가 제2이통사 컨소시엄 구성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는데, 당시 회장단은 김석원 쌍용 회장이외에 포철과 코오롱, 동부, 동양은 멤버가 아니었다.

물밑에서는 외국업체들도 부산하게 움직였다. 단일 컨소시엄의 외국기업 지분은 20%. 이 지분을 전경련이 어떻게 배분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 나이넨스나 GTE, 팩텔 등 1차 선정 때 각 컨소시엄에 참여한 바 있는 외국기업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해당 기업들에게 정보를 건내받기를 원했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1부. 삐삐·카폰…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부. 1세대 통신(1G)…삼통사 라이즈

⑥ 삼통사 비긴즈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부.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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