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풍경]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곳…서해 한진(漢津)포구


당나라와의 활발한 해상무역으로 번성했던 조용한 바닷가 마을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꼭 새해가 아니더라도 일출과 일몰의 풍경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일출은 새 희망과 기대를, 일몰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을 남겨서인지 10일 새 정부가 시작됨을 알리는 취임 행사와 지난 정부를 마무리하는 전 대통령 환송 인파를 보면서 일출과 일몰에서 느껴지던 감정이 떠올랐다.

◆ 서해대교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장관 연출

충남 서해바다에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 몇 곳 있다. 그 중 서해대교와 인접한 한진포구 역시 일몰과 일출을 한 자리에서 보는 명소다. 송악면 한진리에 위치한 한진포구는 서해대교를 넘자마자 가장 먼저 닿는 어촌 마을로 서해대교 개통 후 찾는이가 늘었다.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 의 배경이 되기도 한 이곳은 삼국시대 당나라와 해상무역을 하던 주항구이기도 했다.

한진포구 수평선으로 일몰이 시작되고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이 곳의 일출은 동해와 또 다른 멋이 있다. 동해의 일출이 위엄을 뽐낸다면 서해의 일출은 잔잔하고 우아하다. 어스름하던 수평선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떠오르는 태양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이내 그림 같은 자연 풍경에 하나 둘 사람이 보태지면서 분주한 아침이 시작된다.

한진포구에 낚시를 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을 태우기 위한 작은 배들 [사진=이숙종 기자]

매년 5월은 바지락의 계절이다. 물이 빠지고 나면 뭍에서 200m 남짓인 갯벌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바지락을 채취하기 위해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안선을 따라 낚시대를 드리우기도 하고, 조금 먼 바다로 나선 낚시꾼들을 위해 정박해 있던 조그만 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또 바닷바람을 맞으며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도 싱싱한 회와 해산물을 내어 놓고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소설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사진 오른쪽)와 상록수 주인공 조형물들 [사진=이숙종 기자]

◆ 필경사, 심훈 상록수 집필한 곳

일출과 일몰, 포구의 사람들까지 한 폭의 그림을 눈에 담았다면 문학의 향기도 느낄 차례다.

한진포구에서 차로 10여분 달리면 도착하는 작가 심훈이 집필생활을 했던 '필경사'가 위치해있다. 책을 쓰기 위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부친이 있는 이 마을로 내려와 1934년 직접 설계한 필경사에서 일제강점기 농촌 계몽소설의 대표작인 '상록수'를 썼다. 소설의 유명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필경사 주변 심훈문학관·기념관에서는 심훈의 일대기를 비롯해 그의 시와 소설 등 대표작을 볼 수 있다.

◆ "우리 삶도 일출과 일몰이 있어"

당나라와 해상 무역을 한 항구라서 한진(漢津)이라 이름 붙인 곳.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이 출항하던 포구로 사람들이 빈번히 들고 났을 이곳은 이제는 주변 고대·부곡 국가산업단지에 밀려 조용한 시골 바닷가 마을로 변했다.

과거 당나라와의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한진포구. 지금은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 됐다. [사진=이숙종 기자]

오전 5시쯤 일출 시간에 맞춰 해안선을 걷다가 선대부터 이곳에 살아왔다는 한 어르신을 만났다. 그는 "어릴 때 여기 사람들이 말도 못하게 많았는데 시대가 변하니까 사람도 줄고 조용한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해가 떴다, 졌다 반복하는 것처럼 항상 좋고 환한 날만 있겠나. 좋았다가도 어느 날은 컴컴하게 힘들어지고,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며 웃었다.

산다는 것도 일출 일몰의 반복이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살아가라는 말.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삶의 위로다.

/당진=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