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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산책 - 10] 월스트리트 vs. 여의도 증권가 (하)


 

흔히들 한국 사람들은 다혈질이어서 증시가 폭락하면 개미 투자자들이 떼

로 몰려서 데모를 하고 정부 당국자에게 대책을 내 놓으라는 식의 무식한

(?) 행동을 하는 반면, 점잖은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똑같은 상황

을 당해도 객장에 나가 데모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을 한다.

이전 칼럼에서 누누히 말했지만 월스트리트는 철저히 자율적인 공개 시장으

로 운영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증권 시장 폭락 사태를 두고 정부 당국자를

상대로 데모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실은 미국 월스트리트에 참가하는 투자자들도 월스트리트가 장기간

폭락할 경우 데모를 하고는 싶을 것이다. 어쨌거나 알토란같은 투자 원금

이 시장 상황 악화로 다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미국인들도 데모할만한 장소가 없어서 그렇지 한국처럼 장소만

주어 진다면 한국 투자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농담

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에는 한국처럼 증권 투자자들이 집단

으로 모여 있을 수 있는 증권사 객장이 없다.

한국의 증권사 객장은 한국 투자자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넓직한

매장에 안락한 의자를 만들어 두고 투자자들이 앉아 있을 수 있다.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은 서로 모여서 정보를 나누고 매입 / 매도 주문도 하고, 증

권사 직원이 말하는 추천 종목 정보도 구하기도 한다.

특히 증권으로 누가 대박을 터뜨렸다는 뉴스가 나오고 여의도 증권가에 돈

벼락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삼삼오오 증권사 객장으로 몰려가 기웃거린

다.

객장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여의도 증권가 종목 시세 전광판을 보면

서 붉은 색으로 변하는지 푸른색으로 변하는지를 지켜 보며 한숨을 쉬기도

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가 있는 뉴욕 시내 어느 곳을 둘러 보아도 한국식의 증

권 회사 객장은 눈밝히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필자도 처음 뉴욕에

와서 미국 유명 증권 회사 객장을 찾아 가 보니 한국처럼 극장식 전광판은

볼 수 없고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소파 1-2개 정도만 덜렁 놓여 있을 뿐이

었다. 주식 시세를 알려 주는 대형 전광판도 없다. 사무실 한 귀퉁이에 조

그만한 전광판에 주식 기호와 숫자가 빠르게 흘러 가며 움직이는 'Ticker'

만이 있다.

(주: Ticker - 거래 물량이 급격히 변했거나 가격폭이 상당한 특이

한 종목, 또는 많은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주들의 시세를 흘러 내보

내주는 전광판 기계. 전 종목이 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표 종목만 나오

는 관계로 이를 통해 내 보유 주식의 가격을 전부 알 수는 없다.)

월스트리트의 개미 투자자들은 증권사 지점에 찾아 가는 것이 증권 구좌를

개설하는 일 정도를 하기 위해서이지 매일 매일의 시세 변화를 찾고 정보

를 구하기 위해 갈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객장에서 누군가 한 주식을 사들어가면 이를 집단적으로 무작정 따

라서 매입하는 증권 객장내 '뇌동매매' 현상은 있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

의 투자 행위는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CNBC 에서 보도되는 뉴스나 인터넷에

서 볼 수 있는 주식 시세 변동을 참조하여 상황적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

러니 투자자들끼리 집단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데모를 하는 행위는 원천적으

로 봉쇄되고 있다.

투자자의 투자 접근 방식의 문제

월스트리트에는 전문적인 증권 분석가들이 많이 있고, 체계화된 증권 이론

이 다양하게 실전에 응용되고 있으며, 이를 총집대성하여 운영되는 믿을

수 있는 뮤추얼 펀드가 많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했다. 이러

한 요인들이 월스트리트를 월스트리트답게 만드는 것이며 여의도 증권가도

한국적 상황에 맞는 전문 인력과 증권 이론, 그리고 장기적 투자 방법이 필

요한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와 여의도 증권가를 구분하는 또하나의 요인으로 개미 투자자들

의 투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들 수 있다.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 처음 증권 투자를 시작한 시점은 1988년이다. 당

시 증권에 대해서는 눈꼽만치도 알지 못하던 시절, 단돈 300만원을 들고 D

증권 신촌 지점에 가서 증권 구좌를 개설했다. 당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번 돈을 가지고 한번 크게 벌어 보자고 증권 시장으로 달려간 것이다.

증권 투자를 시작하게된 동기는 오직 하나이다. 당시 신문에 증권 시장이

불을 뿜으며 올라 가고 있으며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소팔고 땅판 돈을 들

고 증권사 객장으로 몰려가 "이 돈 맡길테니 한달만에 2배로 불려 달라"는

식의 '묻지마 투자' 가 판을 친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

도 잘하면 한달만에 2배로 벌 수도 있다는 지금으로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말이다.

당시 처음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였다. 운이 좋았는지 마침 반도체

시장의 활황을 통해 상당한 돈을 단기간에 벌었다. 그러나 그 다음 새로

운 종목을 사야겠는데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객장에 있는 증

권사 직원들에게 종목 추천을 의뢰하였는데 당시 증권사 직원 말이 걸작이

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발빠르게 움직이면 됩니다. 주식이 무슨 이론적인 근거

를 가지고 움직이나요? 그냥 시장 돈따라 움직이는거지요."

참으로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답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이후로 주식

을 샀다 팔았다 하면서 마치 대단한 증권 투자가가 된 것처럼 행동했다.

또한 매일 증권사 객장을 찾아가서 전광판을 바라보며 심각한 고민을 하며

오늘의 투자 종목을 선정하고는 했다.

그러다가 한국의 주가 지수가 1천포인트를 달성한 90년대 초반에 보유한 증

권을 다 팔고 시장에서 빠져 나왔다.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에 알았지만 당시 매도 시점은 거의 최정상이었다. 그 이후로 주

식은 끝없이 추락하였으며 급기야는 반토막이 나버렸다. 물론 필자가 뉴욕

으로 온 몇년후 한국 경제는 IMF 를 맞으며 여의도 증시도 바닥으로 떨어

져 버리기도 했다.

필자의 경우 순전히 타이밍 상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무슨 이론적

인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그저 시장이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들어

갔다가 돈이 필요해서 빠져 나왔는데 마침 그때가 꼭대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뉴스를 보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으

로 보인다. 5년씩 10년씩 꾸준히 장기적으로 증권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

은 찾아 보기가 힘들다.

지난 3년간 한국의 인터넷 산업 열풍과 더불어 코스닥 시장이 오픈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의도 증권 시장으로 몰려 들었다. "아직도 증권을 하

지 않으십니까?" 라는 유행어를 남발하며 끝없이 오를 것 같은 증권 시장

에 너도 나도 누가 먼저 들어갈 것인가를 다투며 '묻지마 매입'을 시도하였

다.

목적은 단 하나, 10여년전 주식 초보자인 필자가 생각하고 있던 그대로이

다. '단 한달만에 2배 먹기'.

그러나 인터넷 버블 붕괴와 함께 원금까지 거덜이 나고는 "아직도 증권을

하십니까?" 라는 또다른 유행어를 남기며 사라져 갔다. 시장이 달아 오르

면 증권사 객장이 바글바글하고, 시장이 폭락하면 투자자들의 데모가 벌어

진 후 다시 인적이 드문 시베리아 벌판처럼 한적해 지는 여의도 증권가.

증권 투자에도 한국 특유의 집단적 사고 방식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

다.

이에 비해 뉴욕 월스트리트는 투자자들의 성향 자체가 철저하게 개인적이

다.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의 책임하에 운용한다. 또한 장기적인 투자가

대세이다. 그리고 뮤추얼 펀드를 통한 간접적 투자를 선호하거나 아니면

직접 투자를 하는 경우에도 전문적인 증권 관리 대리인을 두고 투자를 하

고 있다.

투자의 개인적인 성향을 보여 주는 한 예로 증권 투자를 한다는 사람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종목이 하나도 같

은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내가 인터넷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

어서 그 회사에 대해 물어 보면 다른 사람은 듣도 보도 못한 회사라는 경우

가 많다.

물론 최근 미국 IT 산업 활황과 더불어 대형 첨단 기술 기업들에 대한 투자

자들의 관심은 많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직접 투자를 하는 사람

들을 보면 제각각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미국의 대형 기업들에 대한 투자

는 뮤추얼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통해서 실현하고, 직접 투자를 하는 부

분은 자신이 잘 아는 기업, 현재 일과 관련이 있는 기업 등으로 하는 경향

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철저하게 자기 책임하에 투자를 운용한다. 월스트리트에서 증

권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어디 가서 '누구때문에 투자 원금 날렸다'고 이야

기하면 자신이 바보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정부 당국자의 잘못

된 정책 때문에 실패했다' 고 말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곰곰히 생각을 해 보면 미국의 정

부 정책이 잘못되어서 월스트리트가 침체로 빠져 든 때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실패한 투자자의 변명이 절대로 되지 못한다.

그것이 월스트리트의 논리이다.

월스트리트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은 설혹 정부 정책이 잘못되어도 그것을 감

안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투자 전략을 바꾸어 나가

는 것이지 정부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할수는 없는 것이 월스트리트에 참여하

는 사람들이 지키는 암묵적인 약속이다.

또한 월스트리트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이 뮤추얼 투자를 통한 간접적 투자

를 선호하다 보니 '한달 사이에 2배 수익' 식의 생각을 가진 투자는 대세

가 아니다.

물론 지난 3년간 미국 월스트리트에도 온라인 증권 투자와 인터넷 활황과

더불어 '대박 신화' 를 가진 단타 투자자들이 예전에 비해 상당수 증가하

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일간 신문이 그런 단타성 투기 트레

이더들을 대서 특필하는 식의 뉴스는 본 적이 없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그

렇게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 이야기를 자기와는 관계없는 일회성 가십거리

정도로 여길 뿐이다.

남이 한달내에 2배를 번 사실을 그저 '무슨 남다른 이유가 있었으니 가능

한 것이지' 정도로 생각하고 자신은 그대로 장기적인 투자를 계속 진행하

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월스트리트의 탄탄함을 대변해 주고 있다.

상한가, 하한가가 없는 월스트리트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자기 책임성을 대변해 주는 상징적인 제도 중의 하

나로 한국 여의도 증권 시장에서는 아직도 존재하는 상한가, 하한가 제도

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루 중에 오르고 내릴 수 있는 폭에 대한 일괄적인 규제가 없다 보니 하

루 동안에 300% 이상 오르는 주식도 본 적이 있다. 또 다음날 아침에 반토

막이 된 주식도 부지 기수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한가, 하한가 제도를 만들어 놓은 여의도 증권가의

눈으로 보면 월스트리트는 완전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

한 인위적 가격 제한 및 투자자 보호 제도가 없는 자체가 정글 속에서 살

아 남는 투사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냉혹한 환경 속에서 눈을 바짝 켜고 있어야 하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은 스

스로 찾을 수 밖에 없다. 상한가, 하한가 제도를 통해 만들어 지는 주가

왜곡도 있을 수 없다. 그저 월스트리트 주식 시장의 주가는 시장내에서 현

재 존재하는 다양한 힘들이 다 반영된 상태에서 움직이는 제대로 된 시장

가격이다.

상한가 잔량이니 하한가 잔량이니 하는 이상한 현상도 찾아 볼 수 없다.

주식 시장은 그저 내가 사고 싶은 주식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곳이어야 한

다. 또한 내다 팔고 싶을때 언제든 팔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식 시장

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런데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만일 한 회사가 상한가, 하한가에 걸려 버리

면 사고 싶은 주식도 살 수 없고 팔고 싶은 주식도 팔 수 없다. 지금 시장

에서 매입자와 매도자의 힘을 제대로 반영해 주는 시장 가격이 증발되어 버

린 것이다. 시장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힘을 정확히 표현해 주지 못하는

곳에서 합리적인 이론을 만들어 내기가 힘들며 이로 인한 종합적인 문제는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한 예를 들어 보자. 한국에 나와 있는 증권 이론서를 보면 '갭 (Gap)' 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와 있을 것이다. 전날 종가에 비해 아침 개장시 연속

선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상당한 간격을 둔 가격으로 시작하는 경우를 '갭'

을 쳤다고 그런다. 그러나 이런 갭 협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을 한국

증시에 제대로 적용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가격이 과연 시장

의 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상한가, 하한가 제도가 없는 월스트리트 증권 시장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

법은 나름대로 있다. 일정한 가격을 치면 자동 매입, 또는 자동 매도를 하

게 하는 '스톱 오더 (Stop Order)' 라는 것이다. 물론 정확히 자신을 보호

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자신의 돈을 보호하는 한 방지책이 될 수는

있다.

그리고 역시 투자자들은 살벌한 정글과 다름없는 월스트리트 시장 속에서

자신만의 자금 관리 전략 (Money Management Strategy) 을 통해 위험을 분

산시키고 있다. '분산 투자 (Portfolio)' 라는 것이 그냥 듣기 좋으라고

나온 용어가 아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고해도 월스트리트에는 상한가, 하한가 제도가 없다 보

니 어느 한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 유명한 마

이크로소프트 사라고 해서 하루에 50% 이상 떨어 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니 다양한 좋은 기업에 분산 투자를 해 둠으로써 투자 위험도 줄이고

투자 수익도 적절히 얻기를 기대하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투자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으니 투자자 스스로 생존의 방법을 찾

아 가는 월스트리트. 결국 용감한 사자는 새끼적부터 낭떠러지로 굴러 떨

어뜨리는 엄마 사자의 냉엄한 교육 환경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로 다시 돌아가 보자. 상한가, 하한가 제도가 있으니 투자

를 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한 기업의 위험이 있어도 그 제한폭 이상의 위

험에 대해서는 나태하기 쉽다. 그런데 과연 한국 기업 전체를 검토해 볼

때 과연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믿을 수 있는 회사가 몇 있을까?

특히 예전에는 삼성, 현대, 대우, LG 등 재벌 회사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

는 신념하에 그 회사 주식들이 오르기 시작하면 무작정 집중 투자하는 방식

도 있었다. 물론 IMF를 거치면서, 또한 최근 대우의 몰락, 현대의 자금

위기 등을 보면서 '대마 불사' 의 맹목적인 믿음은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

도 여의도 증권가에 분산 투자 전략을 제대로 구사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소

수인 것은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사실이다.

정부가 투자자를 보호해 주려고 안간힘을 다 쓰고 여의도 증권 시장을 안정

시키려고 다양한 정책을 펴면 펼수록 우리 잠재력있는 한국의 개미 투자자

들은 온실 속의 화초로만 있을 뿐 냉혹한 정글 속에서 책임있게 투자 전략

을 펼치는 용사들로서 성장하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 필자 혼자만

의 생각은 아닐 듯 싶다.

증권사 객장의 푹신한 고객 의자와 극장식 전광판을 없애자!

지금 월스트리트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투자자' 와 '트레이더' 의 두 갈래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이미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월스트

리트에는 여전히 일반 증권사 객장은 없지만 온라인 주식 거래의 활성화와

더불어 '데이 트레이딩 회사' 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곳에 가면 매일 매일 트레이더를 하고자 몰려드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

고 있다. 그러나 데이 트레이딩 회사는 한국의 전통적인 증권사 객장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곳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데이 트레이딩을 하고자 오는 것이

다. 이미 투기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투기를 할만한 기술도 습득

하고 있고, 돈을 잃어도 울고 불고 할 사람들은 아니다.

물론 2년전 쯤 미국 남부에서 데이 트레이딩 회사에 들어가서 자신의 트레

이딩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며 총기 난사를 하고 자살을 한 사람 사건도

있지만 이는 '투자자'의 성향을 가졌던 사람이 '트레이딩'으로 넘어 가는

상황에서 발생한 결과이다. 이런 사건은 앞으로도 간혹 발생할 것으로 보

인다.

그러나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자들은 '투자자' 와 '트레이더'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 길로 갈릴 것이 분명하다. 물론 항상 그랬듯이 투자

자 쪽이 많이 우세하며 그것이 역전될 전망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 점에서 여의도 증권가도 증권사 객장은 아예 없애고 데이 트레이딩 공

간은 별도로 유지해 주는 방향으로 완전히 입장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한국 증권사 지점의 객장마다 놓여 있을 수십개의 안락한 의자와 극장식 대

형 전광판은 결국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에게 여의도 증권가를 경마장 정

도로 인식하게 하고 결국은 '증권 투자' 자체를 '건전한 투자 행위' 라기

보다는 '돈놓고 돈먹는 투기 행위' 로 전락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산책하면서 한국 여의도 증권가도 이제는 '투자자의 공간'

과 '투기자의 공간' 을 엄격히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해

본다.

/뉴욕=티케이 김 통신원 nybull@consulta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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