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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디지털 인쇄다-상]책부터 광고까지 다 찍는다


디지털 인쇄가 프린터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필름작업을 거쳐야 하는 옵셋방식과 달리 디지털 인쇄는 컴퓨터화면에서 편집하기만 하면 곧바로 인쇄작업으로 직결될 수 있는 것이 장점. 이에 따라 주요 프린터업체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인쇄 시장을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이젠 디지털 인쇄다' 시리즈를 통해 디지털 인쇄 시장의 현황과 전망, 향후 과제 등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사흘 안에 서울시내 모든 버스에 부착할 노선표를 다 인쇄하라고요? 불가능합니다."

서울 시내 버스환승 실시를 며칠 앞둔 지난 2004년 6월. 가뜩이나 거센 반대 여론 때문에 홍역을 치뤘던 서울시 측은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었다. 버스 유리창 앞에 붙일 목적지와 노선안내도 인쇄 작업 때문이었다.

당시 이들이 처리해야 할 작업량은 엄청났다. 각 버스마다 목적지와 운행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정보를 담은 노선도를 일일이 인쇄해야 했던 것. 게다가 내용이 전부 달라 대량 인쇄방식은 아예 고려대상이 될 수조차 없었다.

이 때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디지털 인쇄기였다. 국내에선 구할 수 없어 가까운 대만에서 장비를 들여오긴 했지만, 서울 시내 모든 버스의 목적지 표시를 단 사흘만에 모두 인쇄해 각 버스에 부착할 수 있었다.

◆맞춤 인쇄물 만들 수 있어

디지털 인쇄가 어느새 우리의 일상생활마저 바꾸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인쇄업체들은 디지털 인쇄가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인쇄는 디지털 데이터를 대형 프린터로 바로 찍어내는 새로운 인쇄방식이다. 필름작업을 거쳐야 하는 기존 옵셋방식과 달리 디지털 인쇄는 컴퓨터화면에서 편집한 뒤 곧바로 인쇄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디지털 인쇄는 특히 '맞춤 인쇄물'을 만드는 데 안성맞춤이다.

최근 들어선 실생활 속에서도 디지털 인쇄를 이용한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일부 학원들은 디지털 인쇄의 이런 장점을 살려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맞춤 문제지를 보내주고 있다.

학생들의 취약 과목과 단원, 그리고 문제 패턴을 파악해 관련 문제만으로 구성된 문제집을 배달해 주는 것. 학생들이 문제를 푼 뒤 다시 학원에 제출하면 며칠 뒤에 또다시 맞춤 어드바이스를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디지털 인쇄로 이뤄진다.

수학 성적, 국어 성적, 영어 성적 등 개인에 관한 데이터가 있으면 그것을 기반으로 개인만의 맞춤 문제집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서울시 버스 노선도 출력 사례에서, 각기 다른 버스의 데이터에 맞게 다양한 인쇄물을 제작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디지털 인쇄의 힘이다.

국내에선 고려교육이 최근 한국후지제록스 등과 주문형 인쇄(POD) 형태의 맞춤교재 제작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착수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개인 앨범 출력 서비스도 이런 디지털 인쇄를 이용한 서비스다. 개인이 웹하드에 올려놓은 사진 중 원하는 것을 고르고 세부 사양을 선택하면, 결과물이 바로 인쇄돼 집으로 배달된다.

◆대형 은행들도 VIP 고객 관리에 활용

한 대형 은행에서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보고 있는 이재선 과장(35). 이 과장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VIP 고객들에게 최근 각광받고 있는 펀드, 보험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은 다이렉트 메일(DM)을 수시로 보낸다.

각각의 우편물은 고객 맞춤형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객들의 이름이 모두 다르게 인쇄될 뿐 아니라 선호하는 금융자산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정보들이 기입된다.

이 과장의 사례는 최근 대형은행들이 디지털 인쇄를 어떻게 활용하는 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 대형 은행들은 VIP 고객 관리용으로 디지털 인쇄를 적극 응용하고 있다. VIP 고객들에게 서비스로 제공되던 맞춤형 DM 서비스는 조만간 전 고객에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용 뿐 아니라 인쇄 수량도 개인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도 디지털 인쇄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출판 쪽에서도 디지털 인쇄를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서점 아마존은 지난 2006년 12월부터 프린터 전문 업체인 HP와 손을 잡고 절판된 희귀 도서, 소량의 자비 출판 도서 등을 디지털 인쇄 방식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학술정보에서 논문, 전문서적 등을 디지털 인쇄 방식으로 출판하고 있다.

시인이나 소설가 지망생들은 디지털 인쇄를 잘 활용하면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도 자신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100부 정도 디지털 방식으로 인쇄해 주요 서점가에 견본으로 제공한 뒤 반응이 좋으면 본격적으로 데뷔할 수도 있다.

◆다양한 매체에 출력할 수 있는 것도 장점

다양한 매체에 출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5월 중순 개봉한 영화 '황진이' 제작사는 빌딩 사이즈의 대형 인쇄물을 제작, 서울 경동대 빌딩 전면에 부착했다. 황진이로 분한 송혜교의 얼굴이 빌딩 전면을 뒤덮은 이 포스터 역시 대형 프린터로 시트지에 출력한 작품이다. 지하철, 버스 등을 전면 도배한 래핑광고 역시 프린터로 출력된 작품.

지난 5일 HP는 백양사 극락전의 '아미타회상도'를 한지에 프린터로 복원해냈다. 일반 종이가 아닌 불균질한 표면의 한지에 원본과 다름없는 품질로 재현해내 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진 디지털 인쇄는 향후 빠른 속도로 기존 인쇄시장을 대체해 나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HP, 엡손, 후지제록스, 캐논코리아, 신도리코 등 프린터·복사기 업체들이 미래 시장을 노리고 속속 디지털 출력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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