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SW 불법복제, 이대론 안된다-상]온라인 강국, '불법천국' 되다


소프트웨어(SW)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불법 복제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거액을 들여 개발하면 뭣하냐"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아이뉴스24는 'SW 불법복제, 이대론 안된다' 시리즈를 통해 국내 불법복제 SW 현황과 대책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지금 당장 '한글'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포토샵'과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SW를 판매하는 쇼핑몰과 P2P 사이트 중 어떤 곳을 먼저 찾을까?

다른 제품 같으면 성립조차 안되는 질문이다. 당연히 그 제품을 판매하는 곳을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SW는 사정이 다르다.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SW를 구매하기 위해 쇼핑몰과 찾는 사람과 불법복제된 SW를 다운로드하기 위해 P2P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이 반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구매해야 할 SW를 "일단 무료로 쓰고 보자"는 사람이 절반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국내 SW 시장의 현 주소다. SW를 복제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반'에 가까운 불법복제율

시장조사기관인 IDC와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W 불법복제율은 약 45%에 이른다. 절반 가까운 SW 사용자들이 불법 SW를 내려받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내 SW 불법복제율이 이처럼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P2P 사이트'와 웹디스크 사이트 등을 꼽는다. 실제로 P2P 사이트는 SW 백화점이나 다름없다. 접속하기만 하면 웬만한 SW는 공짜로 구할 수 있다.

P2P사이트가 불법복제 SW의 온상으로 전락한 것은 'SW는 공유해도 된다'는 인식과 그만큼 쉽게 SW를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만들어낸 합작품의 결과다. 우리가 자랑하는 '온라인 강국'이란 타이틀이 SW를 복제하고, 유포하는 능력까지 키운 셈이다.

◇국민의식·사회풍토의 정품 SW사용 영향 인식 수준

한 조사기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P2P를 통한 다운로드가 인터넷 트래픽의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자료들이 오간다는 뜻이다. 이처럼 엄청나게 유통되는 자료들 가운데 과연 몇 %나 저작권자의 허락이나 동의를 얻었을까.

P2P를 통한 불법복제 SW의 유통은 비단 정품 SW 가격만큼의 손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SW 기업, 협회 등이 P2P를 통한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사용한 방지 금액만 1천43억원에 이른다.

◆SW산업, 구매자 없는 산업될까 우려

대부분의 SW 기업들은 일반 사용자들이 불법복제 SW를 사용하고 내려받는 것에 대해서는 '포기'한 상태다.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60%에 이르는 수많은 내려받기를 모두 조사해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SW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돈을 내고 구매해주는 기업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많게는 수 백, 수 천의 SW를 한꺼번에 구매해야하는 기업들은 불법복제 SW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기업 시장마저 조금씩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W 불법복제가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복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불법복제 SW 사용률도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6%에 이른다.

◇기업의 불법복제 SW 사용률(규모별)

이처럼 SW 기업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기업 시장에까지 불법복제 SW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들의 SW 불법 복제가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동안 돈을 지불해 왔던 '고객'들까지 공짜 제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SW 업체들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사주는 사람이 없는 산업은 유지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불법복제, 피해자는 결국 '우리'

P2P 사이트들이 불법복제 SW의 텃밭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불법복제 SW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P2P 사이트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불법으로 복제된 SW를 사용하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 자체가 더 큰 문제다.

SW 업계에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부 SW 제품들은 합리적이지 못할 정도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어 불법복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SW를 사용하는 네티즌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인 37.4%가 '정품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높게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SW 제품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같은 대답이 틀린 것만도 아니다.

물론 '비싼 정품 가격'을 이유로 불법 복제를 일삼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형태가 있는 물건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취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절도' 혐의를 벗긴 힘들기 때문이다.

◇SW불법복제 범죄행위 인식 수준

하지만 SW업체들 역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부 비싼 SW들 때문에 불법복제가 만연해지면서 저렴한 SW를 개발, 생산해내는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불법복제가 당연시되면서 국내 중소 SW 업체들이 만들어낸 저렴한 SW마저도 함께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소 SW 기업들은 대형 기업들과 달리 불법 SW를 단속할 여력도 없는데다가 그 금액도 적다보니 불법복제 SW 유통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SW 불법복제, 이대론 안된다-상]온라인 강국, '불법천국' 되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