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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과학속으로]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분자들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자연 속에 물질들은 엄청나게 많은 분자들로 만들어져 있으나, 우리는 이들을 하나씩 구분하여 관찰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면 그러한 물질들 속에서 새로운 분자를 찾아내는 것은 더욱이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 내고, 또 자연에서 찾아내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십년 전쯤에 전 세계를 뒤덮은 다이옥신(dioxin)이라는 분자는 그 독성이 이제까지 밝혀진 분자 중에 최고로 알려지면서 대기 중에, 토양에, 하천이나 해양 동물에 포함된 량이 문제가 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럼 이러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분자를 어떻게 찾아서 그 질량까지 측정 할 수 있을까?

이 뿐이 아니다. 최근에 나무줄기로 부터 뽑아낸 항암제 택솔(taxol)은 어떻게 발견되어 생명을 구하는 항암제로 사용될 수 있었을까? 우리 몸은 많은 단백질, 핵산, 지질, 당, 비타민 등 수 많은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많은 분자들을 어떻게 따로따로 구분하여 찾아 낼 수 있을까? 분자는 원자가 모여서 물질의 성질을 내는 가장 작은 단위로 공기 중의 질소, 산소 등과 같이 기체 상태로 있을 때 하나씩 따로 따로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분자를 찾기 위해서는 각각의 다른 분자들을 기체 상태로 만들어 분리하고, 각 분자 고유의 성질을 재면 그 분자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분자는 여러 가지 성질을 가진다. 색깔도 있고, 무게도 있으며, 향기도, 감촉도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자의 성질은 주변의 다른 분자나 환경에 의하여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그 고유의 성질이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환경에 가장 영향이 적은 절대값인 무게를 측정하여 구분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이렇게 측정된 각 분자의 무게는 각자의 고유한 값을 갖고 있어, 그 무게 값들의 분포로부터 물질에 포함된 분자들의 구성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체 상태의 분자를 무게 순서로 줄 세우기 위하여 우선 물질에 양(+)전하나 음(-)전하를 부여하여 기체 상태의 이온으로 만들고, 전기장이나 자기장에 넣어준다. 질량이 작은 분자는 전기장이나 자기장 내에서 재빠르게 움직이고 질량이 큰 분자는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시간에 따라 도착하는 이온을 줄 세우고 같은 시간에 도착한 이온들을 세어주면 어떤 물질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일들을 전자 장치로 자동화 시켜놓은 장비를 우리는 질량분석기(Mass Spectrometer)라 한다. 따라서 소각로에서 나오는 연기를 모아서 질량분석기에 넣으면, 연기 속에 들어있는 성분이 기체분자로 변하여 다이옥신 분자들이 무게 순서로 줄지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항암제로 유명한 택솔이 인삼에 포함되어 있다면, 인삼 추출물을 질량분석기로 측정하면 택솔과 같은 시간에 그 물질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많은 천연물로부터 신약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들이 질량분석기를 사용하여 발견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잘라온 환자와 정상인의 조직을 질량분석기에 넣으면 환자의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유전자, 대사체 등이 정상인과 다르게 무게 순서로 줄지어 나오게 되고, 이러한 물질의 차이로부터 우리는 질병관련 단백질, 유전자, 대사체 등을 찾아서 병의 근원을 찾고, 나아가 그 질병의 치료제나 진단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질량분석기는 환경 보전, 생명과학 및 의학연구, 신약개발, 신소재 개발, 신물질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첨단 연구장비가 되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다양한 고성능 질량분석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2007년에는 세계 최고 정확도의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 15T FT-ICR MS (Fourier Transform Ion Cyclotron Resonance Mass Spectrometer)를 자체 개발하여,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질량분석연구기관이 되었다.

이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는 초전도 자석 내에서 이온의 회전 주파수를 측정하여 분자 무게(분자량)를 결정하는 장비로, 무게가 가장 가벼운 수소분자 무게의 백만 분지일 (1/1,000,000)의 무게 차이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초정밀 장비이다. 이 장비는 지구상의 모든 유기분자를 구분할 수 있는 정확도를 갖고 있어, 신물질 발굴에 신기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약물 정량분석에 유용한 사중극자(Quadrupole) 질량분석기, 자기섹터(Magnetic Sector) 질량분석기, 측정 감도가 뛰어난 비행시간(Time-Of-Flight, TOF) 질량분석기 등 다양한 질량분석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명과학, 의학 등에서 유용한 생체 조직에 포함된 분자들의 분포를 각각 다른 색상으로 한 장의 사진 위에 모두 그려주는 분자영상질량분석기(Molecular Imaging Mass Spectrometer)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던 분자들을 질량분석기를 통하여 사진처럼 어디에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실제로 몸의 어떤 기관에서 어떤 분자가 무슨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 이제 눈으로 관찰하면서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질량분석연구부 김현식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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