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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모험은 계속된다'…인터파크


[벤처중기 e기업-5]인터넷 테마파크의 꿈

'인터넷으로 물건을 산다고? 하지만 곧 익숙해졌어요. 쇼핑도, 여행도, 티켓도... 이번에도 안 믿어지세요? 곧 익숙해지실거에요.'

최근 인터파크가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을 출시하면서 내놓은 광고 문구다. 이 문구는 인터파크가 그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걸어온 길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터파크가 국내 최초의 인터넷쇼핑몰로 문을 연 1996년은 국내에서 인터넷의 개념은커녕, 인터넷 인프라가 제대로 깔리지도 않은 시기였다. 인터넷이 어떻게 발전하고, 자리잡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시기에 인터넷에 장터를 열겠다고 나섰으니 무모하다는 얘기를 들을 만도 하다.

오픈마켓 쇼핑몰에 이어 1997년부터 매년 잇달아 도서 판매, 공연 및 영화 예매 서비스(티켓 판매), 여행상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전자상거래의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성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사내 벤처 형태로 시작한 오픈마켓 서비스 'G마켓'을 우여곡절 끝에 국내 오픈마켓 시장 1위 사업자로 성장시키고 지난해 미국 이베이에 매각한 것도 기업가 정신, 벤처 정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상규 인터파크INT 대표는 이에 대해 "초기 예측이 어려웠던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이용자가 뭘 원하는지 빨리 알아채서 적용하려면 의사결정이 빠른 구조여야 하는데, 아무래도 대기업보다는 벤처기업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사업도 오프라인처럼 생각하고 접근했던 대기업과는 달리 인터넷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해보는 벤처기업만의 유연한 의사결정구조가 인터파크의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상규 대표는 특별한 성공 요인은 '사람'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터파크가 순식간에 성장한 것은 아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낙오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직원들이 많이 고생한 덕분"이라고 얘기했다.

인터파크는 기존 사업에 더해 최근에는 전자책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도서 유통 사업과 결합하면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CG)과 영어 교육 사업, 커피 전문점까지 올해 들어서만 인수합병 방식으로 시작한 신사업이 세 가지다. 전자상거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에서의 테마파크'를 의미하는 사명답게 거침없이 확장하는 모습이다.

물론 지금까지 인터파크의 모든 시도가 성공했던 것만은 아니다. 신선식품, 생활용품 등을 직매입해 인터넷으로 판매하던 인터파크마트 사업은 1년여만에 중단했고, 게임 사업도 2년여만에 문을 닫았다.

오픈마켓, 도서, 티켓, 투어 등 각 사업부문을 개별 회사로 나눴다가 결국 나중에는 합치게 된 것도 값진 시행착오다.

처음에는 개별 사업들이 성격이 다른 만큼 시장이 따로 존재하고, 경쟁사 역시 따로 있으니 책임 경영을 하는 독립 사업부제 형태로 나누는 게 향후 M&A로 개별 사업 몸집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던 것.

이상규 대표는 "책임 경영 성과는 기대보다 잘 됐는데 M&A 시도는 생각보다 잘 안됐다"며 "고민 끝에 기존 전자상거래 사업은 인터파크INT가 하고 그 밖의 사업은 자회사가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기업들도 일찍부터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인터파크가 비록 초기에 시장에 진입했지만 시장 선점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는 못했다.

그럴수록 인터파크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전자책 보기에 특화된 전용 단말기 비스킷에도 인터파크의 그런 생각이 숨어 있다.

이상규 대표는 "인터파크는 첨단 IT기기를 만들 수도 없으며 만들 생각도 없다"며 "비스킷은 최첨단 IT 디바이스가 아니고, 책이라는 매체를 가장 책답게 소비할 수 있는 단말기"라고 자랑했다.

오랜 시간 온라인으로 책을 유통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이용해 시작한 만큼, 단순히 회사 매출 뿐만이 아니라 출판 시장 자체도 상당히 키워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인터파크의 지난 14년 역사는 '모험'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사내 문화 역시 '도전'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인터파크가 시행착오를 자연스럽게 즐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모험하고 도전하되, 리스크는 줄이고 확신은 키워서 이전보다 성공 확률을 높여가는 것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은 벤처의 유연함을 잃지 않겠다"…이상규 인터파크INT 대표

인터넷 기업이 갖춰야 할 자유스러움에 보다 가까워지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이미지가 회사 이미지 형성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인터넷기업의 CEO스러워 보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터넷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세계적 기업인 이베이나 아마존, 라쿠텐 등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재벌이 아닌 신규 벤처가 성공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작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넷이 활성화되기도 전에 인터넷 쇼핑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 너무 빨랐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고, 이 시장에선 자본만 빼면 대기업보단 벤처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실무자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신속하게 판단해 빠르게 행동에 옮기는 벤처의 의사결정구조가 인터넷의 속성과 잘 맞아 떨어졌다는 얘기다.

"없던 시장을 만들려다보니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그것도 대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역할로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정책 마련도 좋지만 '구조적인 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대기업 집단이 진입 장벽을 통해 얻은 막대한 초과이윤을 협력업체와 나누지 않고 독식하는 관행이 고착화된다면 국가의 미래가 깜깜하다고 봅니다. 부의 세습, 계급의 세습은 곧 사회의 역동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일 아닙니까.

불공정거래를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부가가치가 대기업 집단으로 이전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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