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즐거움 속에서 즐거움을 만들다


[벤처중기 e기업-8]컴투스

지금이야 휴대폰이 없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지만 1990년대 말만 하더라도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음성통화와 문자, 간단한 데이터통신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국내 게임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류를 이루던 PC패키지 게임들이 불법복제로 인해 고사했기 때문에 '산업'이라 부를 만한 토양이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시기에 컴투스가 게임을, 그것도 휴대폰으로 즐기는 게임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것은 조급한, 또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박지영 컴투스 사장은 이에 대해 "모바일, 특히 휴대폰을 통한 무선인터넷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게임이라면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당시 국내 최고의 벤처캐피탈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투자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 데에는 박 사장을 비롯한 창업자들의 강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남들이 투자를 망설일 때 될 것이라는 믿음 아래 과감하게 움직였던 것이 성공과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물론, 초기 모바일 인터넷 시장은 너무도 척박했다.

컴투스는 최초의 게임을 출시하고 초기 1년 반 정도는 이동통신사에 사실상 공짜로 게임을 제공해야 했다. 이통사들이 무선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제대로 된 과금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패킷 요금(데이터통화료)만 받고 콘텐츠 비용은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던 것.

박지영 사장조차도 "시장이 너무 늦게 열렸다"고 할 정도로 콘텐츠 업체가 국내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느끼는 진입장벽은 크고도 높았다.

무엇보다 비싼 무선인터넷 요금이 무선 콘텐츠 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았다. 배(콘텐츠 구매 비용)보다 배꼽(데이터 통화료)이 더 큰 상황이라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이용자들의 주목을 끌기 힘들었다.

화려한 그래픽 등 컴투스가 원하는 재미 요소를 구현하기에는 휴대폰 단말기 사양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이용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초기 모바일 게임은 이용 시간만큼 접속료를 내야 했는데, 몇 만원씩 나오는 요금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수는 끊임없이 늘었다.

박지영 사장은 "생각 이상으로 열정적인 피드백을 보내주는 이용자들이 많았다"며 "플랫폼과 네트워크 발전이 받쳐준다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같은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의 등장은 컴투스에 가뭄 끝 단비 같은 존재였다.

오픈마켓은 무선 콘텐츠 업체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유통망 확보 문제를 너무도 쉽게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컴투스는 2008년 말부터 앱스토어를 비롯해 다양한 국내외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에 10여종 이상의 게임을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해외서 46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목표는 100억원이다.

인력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고 활발한 게임 업계에서, 컴투스의 이직률은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게임 시장은 워낙 개인 개발자들의 로열티가 강하기 때문에 이들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그 결과를 회사의 매출로 연결시키는 선순환 구조 확립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컴투스가 대표적으로 구사하는 방식이 경력직보다는 공채를 많이 뽑는 것이다. 함께 들어온 동기들과 함께 회사에 대한 비전과 도전적인 목표를 이뤄가면서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한다는 것.

박지영 사장은 "일터가 단순히 월급을 버는 곳만이 아니라 꿈을 이뤄가는 장소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스마트폰 시대의 개화를 맞아 컴투스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즐거운 꿈을 꾸고 있다.

"글로벌 경쟁 위해 상생 문화 필요"…박지영 컴투스 대표

컴퓨터 업무를 할 수 있는 개인용 책상과 예닐곱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소형 회의용 책상, 책장, TV가 8평~10평 남짓한 공간을 차지하는 정도다.

외부 미팅과 해외 출장이 다반사인 실무형 CEO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모바일 선진국에선 무엇을 준비하는지, 시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트렌드를 읽는 게 중요한데, 직원들 전부 직접 가볼 순 없잖아요. 제가 직원들 대신 가서 보고 듣고 오는 만큼 해외에 나가면 되도록 많이, 다양하게 경험하려고 바쁘게 움직여요."

해외 출장 일정에 으레 끼여있을 만한 자유시간도 사치인 것마냥, 연일 빡빡한 일정을 강행하고 돌아와서는 여지없이 두툼한 보고서를 내놓는 그의 모습에 직원들도 혀를 내두른다.

박 사장이 이토록 바삐 돌아다니는 것은 모바일 시장이 하도 빨리 바뀌고 있어서다. 활동무대가 국내 시장만이 아닌 해외 시장으로 넓어지면서 '판'이 커진 만큼, 시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부지런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게임 이용자들은 캐주얼 이용자들이 대부분이라 하드코어 중심의 온라인게임 업체들보다는 아무래도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죠. 하지만 세계의 다양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시장 자체를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연구과제에요."

오픈마켓에서 유통되는 게임물은 사전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게임법 개정안이 1년 넘게 국회서 표류하고 있는 현실도 컴투스의 고민을 더해주는 부분이다.

"게임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 이용자들도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규제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잖아요. 규제 폐지가 맞다는 걸 알면서도 개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절망적이죠.

혹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얼마든지 사후 규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 정서도 많이 성숙했으니 이제는 좀 쿨하게 풀어야 할 규제는 빨리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편, 그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억지로 상생'에 대해서는 경계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직접 문화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외부 충격 등의 형태로 상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기업 문화로 자리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모두들 쉽게 '상생'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만, 사실 어떻게 하는 것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것인지 속얘기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죠.

불편한 관계에 대해 속 시원히 터놓고 말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해외 시장에 있는 보다 큰 경쟁사를 대상으로 싸워야 하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더욱 그렇지요.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국내 업체들이 힘을 합쳐 같이 싸워야 하잖아요."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즐거움 속에서 즐거움을 만들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