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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 30년] 넘어야 할 산! 산! 산!


하도급 관행, 적정가치 산정, 협력사 상생 등 산적한 과제 많아

[구윤희기자] '앞으로 나아가려면 산을 넘어야 한다!'

수출과 연구 개발, 미래 비전 탐색에 열심인 IT서비스 기업들에게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자체적인 연구 노력 못지 않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이 있는 것.

물론 문제의 해결이나 극복을 위해 IT서비스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사회의 배려와 적극적인 조치 역시 불가피하다. 이들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안들, 꼭 해결해야 한다는 사안들 대부분이 어찌 보면 '해묵은 과제'이고 '고질화된 병폐'이기 때문이다.

하도급 관행은 이미 수십년된 문제. 그러나 하도급 관행에 있어서만은 시대를 막론하고 대형 IT서비스 기업, 중견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업체, 관련 협회 할 것 없이 다양한 질타를 쏟아낸다. IT서비스 글로벌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부분, 또 정부가 가장 발벗고 나서야 하는 부분이 하도급 관행 개선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적정가치 산정에 대한 해묵은 지적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과제다. 사업 발주자의 잦은 과업 변경에 대한 대가 또한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소위 재하청을 수행하는 기업들의 서비스 질 향상과 주인의식 고취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적정가치 산정, 논의만 수년째…

하도급 관행의 핵심 논점은 언제나 '적정가치 산정'에 머물러 있다. 사업 발주자는 IT투자에 대해 비용 통제의 관점에서 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이지운 전무는 "IT서비스는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면서 "다리를 건설한다고 할 때 비용을 줄이면 위험하다고 누구나 인식하지만 IT서비스에 대한 위험 의식은 떨어지다 보니 대가 산정에 있어서 저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IT서비스 산업 시장에 참여한 시장참여자들 간의 의견 차도 상당해 적정가치 산정의 해묵은 논란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협회가 지난 2010년 발표한 'IT서비스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IT서비스 시장 참여자는 ▲사업 발주자 ▲종합 IT서비스 기업(중견기업 포함) ▲종합 기업의 하도급 형태인 전문 IT서비스 기업 ▲소프트퉤어 기업 ▲정부와 사업자 단체 등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들 참여자 간에 이 시장을 바라보는 간극이 지나쳐 적정가치 산정에 도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발주자의 경우 IT트렌드의 잦은 변화로 인해 IT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IT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및 대가의 비가시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반면 IT서비스 기업들은 'IT에 의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보고 있으며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과 전문 IT서비스 기업의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SW 기업들은 'IT서비스 기업들이 외산 SW를 높게 평가하고 국산 SW는 낮게 평가하고 있으며, 발주자들은 유지보수 비용을 증가시키지 않기 위해 외산 SW의 유지보수 비용 인상분만큼을 국산 SW 유지보수 비용에서 삭감한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컨설팅 및 테스팅, 네트워크 구축 등 종합 IT서비스 기업의 업무 일부를 수행하며 대개 직원수가 300명 미만인 전문 IT서비스 기업들은 '종합 IT서비스 기업들이 자신들의 용역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종합 기업은 담당자 몇 명만 파견하고 실제 업무는 본인들이 다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종합해 보면 적정가치 산정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운 형국인 셈이다.

여기에 '정책당국은 IT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했지만 국내 경쟁만 심화됐고 국제 경쟁력이 없으며 상생구조가 없다고 시장을 평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IT서비스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대부분 100명 미만의 영세업체를 협력사로 포함하게 된다"면서 "인건비도 소위 '후려치기' 당하고 게약서 자체를 안 쓴다거나 어음 대금 납입, 일방적 계약 해지 등 차별대우 문제가 지속돼 왔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 하위 단계에 속한 기업들이 제공하는 품질이 낮은 것 또한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상위 단계에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계약 기간 후반으로 갈수록 업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나서는 것은 IT서비스 기업 쪽"이라면서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시장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도급 자체를 논하기 보다는 '상생'을 논해야

결국 문제는 하도급이라는 구조 자체라기 보다는 이 구조에 참여하는 발주자와 각 단계별 참여자 간의 분명한 역할 분담, 그리고 분담된 역할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채효근 실장은 "하도급 문제는 대가를 제대로 산정하고 서로 긍정적인 순환 구조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면서 IT서비스 가치의 정량화와 이에 기반한 대가 산정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채 실장은 "IMF 등 국가 위기를 맞이했을 때는 수직구조의 효율성을 칭찬하지 않았느냐"면서 "공공기관이 사업을 발주할 때도 대기업을 아예 배제하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큰 문제가 생기면 바로 종합 IT서비스 기업을 찾는다"면서 하도급 구조 자체보단 가치 산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즉 IT서비스 기업들은 고객의 IT투자 성과를 가시화 시켜주고 성과에 대해 고객과 공유할 수 있는 가격 모델 및 계약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가치 산정 모델이 마련되면 발주자의 저가 요구 해소와 더불어 SW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하도급 자체보다는 낙후된 거래 관행을 고치기 위한 제도 정비, 또 이를 지키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종합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낙후된 관행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비단 영세업체만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나라는 사업 발주자, 즉 갑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업 중간중간에도 과업 변경을 수시로 요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기획과 발주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내용이 부족하고 시스템 설계가 미흡하다 보니 개발 단계에서 소프트웨어 품질 확보나 적정 대가 산정 등이 어려워지고 결국 제값 논란과 하도급 저가 수주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비교적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은 국내 발주방식을 글로벌 표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글로벌 IT서비스 시장에서 주로 통용되는 글로벌 프로세스에는 주로 발주자를 지원하는 조직이 별도로 존재한다. 발주자를 돕는 컨설팅 제도로 발주자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도출하고 이를 통해 이 사업을 수주하는 기업에게도 객관적인 사업 자료를 제공하는 '상생(윈-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사업자와 발주자 사이에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확인 과정을 두기 때문에 프로젝트 실패 확률을 줄이고, 사업 간 단계별로 사업타당성 검토를 실시해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한다. 이런 의사소통은 문서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의사표현이 가능하며 이에 대한 책임의 소재도 분명해진다.

◆행안부-지경부, 문제 해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조성돼 있다. 행정안전부나 지식경제부 등은 정보화사업 관리체계 선진화와 관련한 제도 마련을 이어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제도적 기반 개선을 위해 'SW 산업 진흥법'을 올해 12월까지 전면 개정하고 글로벌 프랙티스 시범사업을 전면 추진할 계획이다. 하도급 개선을 통한 동반성장을 강화하고 공공시장 수발주제도 개선 및 세부 분야별 산업진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하도급 문제에 대해선 SW 공공발주 사업시 하도급 대금 직불제 실시와 하도급 실적 등록의 경영평가 반영 등을 포함할 예정이며 수발주제도 개선을 위해선 중소기업 우대, SW 제값받기 등을 법률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또 국내 발주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해외 기업의 사업제안요청서(RFP) 작성 프로세스 등을 도입하고 하반기 중 신 RFP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 역시 '국가정보화 수·발주제도 개선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관련 지침을 전면 개정해 지난 5일 고시한 상태다. 현재 정보화 사업 계약은 30여개 소프트웨어 사업 관련 제도로 나뉘어 있고 계약 주체에 따라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으로 나뉘어 적용되는 구조다.

행안부는 이를 정보화사업 추진 단계별로 쉽게 확인·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할 방침이다. 발주자의 관행이나 재량권으로 인해 IT 산업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가이드를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업계에선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만족스럽지만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도출하고 있다. 발주 지원 조직 강화라든가 국가정보화 표준 지침서 개발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해결책)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만들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하도급 문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는 미리 제안서에 하도급에 얼마를 제공할 지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고 강조했다. 좀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정부가 나서서 협력 기업을 불허할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행안부는 발주기관 의견이나 IT사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서 관련 지침을 발전적인 방향을 개정해 나갈 것"이라면서 업계와 함께 장기적으로 산업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은 "IT서비스 업계 참여자 간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도록 더 늦기 전에 향후 10년 발전 청사진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구윤희기자 yu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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