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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통신-인터넷 '대립' 넘어 '공동전선' 구축해야


[긴급진단 망중립성⑤-끝]각론 위한 '난제' 산적…상생이 해답

수 년 간의 공방 끝에 '한국형 망중립성 원칙'의 기초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힘들긴 했지만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험난한 장애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총론적인 대원칙을 그리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세세한 각론을 잘 정리해내는 일이다.

당장 망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며, 망 이용대가는 어느 정도 수준을 받을 지 이런 문제들은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어떻게 할 지도 해결하기엔 만만찮은 과제다.

직접 이해 당사자인 망사업자들과 콘텐츠 사업자들은 지금부터는 상생 정신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과제들을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 옳다'는 식으로 접근할 경우엔 제대로 된 결론을 이끌어낼 수가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각 사업자들의 이해 관계를 잘 조율하면서 국가적인 장기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건전한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규 망중립성 포럼 의장(한양대 교수)은 "통신사의 망관리 노력, 인터넷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 준비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정부 역시 망중립성 논의를 계기로 수십년간 유지해온 통신정책의 근본적인 틀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 합리적 다수의 불편 없게 관리해야"

통신사들은 경쟁이 될 만한 인터넷 서비스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창의적 서비스의 등장과 활성화를 막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통신사들은 특히 망부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초과량 이용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학계 관계자는 "현재 통신사의 망은 10%의 이용자가 전체 이용량의 90%를, 1%의 이용자가 40%를 점유하는 등 극소수 이용자의 통신자원 독점현상이 심각하다"면서 "그럼에도 통신사들은 약관에 명시한 대량 트래픽 이용자의 접속속도 제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은 이용자들의 불만이나 항의가 두려울 수 있다.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시장에서 망관리가 경쟁사에 약점을 잡히는 일이 될 수 있다.

통신사 관계자 역시 "QoS 제한을 시행해야 할 만큼 망이 부하를 일으킨 적도 실제로 있지만 아직 한번도 시행한 적이 없다"면서 "긴급 설비 증설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때문에 LTE 신규 구축을 제외하고도 올 한해 통신설비 투자액이 작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나온다면 1% 이하의 일부를 관리함으로써 다수의 서비스 품질보장(QoS)을 위한 망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망중립성포럼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데이터 폭증에 따른 비용부담을 이유로 인터넷업체들에 망이용대가나 투자비 분담을 요구하고, 수익을 위협하는 서비스를 일부 차단하기도 한다"면서 "극소수 헤비유저 이용량을 제한하는 쪽이 서비스 차별이나 망이용대가를 주장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조언도 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망중립성 토론회에서 "망중립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일반이용자가 대량 이용자의 비용을 내고 트래픽이 별로 안나는 인터넷 사업자가 대량 트래픽사업자의 망비용을 보전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강하고 힘있는 사업자는 돈을 많이 내게 하고, 힘 없는 사업자는 적게 내는게 오히려 '자유이용'에 더 좋은 방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기업, 투자늘리고 경쟁력 키워야"

자유롭게 망을 이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규제환경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 국가들은 처한 환경에 맞도록 트래픽 증가로 생기는 투자비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생기고 인터넷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인터넷 활용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망중립성 원칙을 만드는 작업이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통신사'와 '이용자의 권리를 확대하려는 인터넷사업자'의 대결양상으로 흘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경쟁자'로서 대립할 것이 아니라 협력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포럼 관계자는 "망중립의 원칙에 따른 수혜만 주장하다보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우물안 개구리가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의 경우 제 1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계약을 맺고 프리미엄 망으로 경쟁자들을 제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포털 업체 관계자 역시 "망중립성으로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현재 글로벌 업체들은 유무선에서 국내 업체에 뒤져 있지만 ‘관리형서비스’를 앞세워 높은 품질을 제공하며 덤벼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터넷 사업자들은 자체 투자 역량을 늘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하며, 인터넷 기업들과 통신사들은 '상생'의 길을 찾는데 더욱 힘써야 한다.

카카오의 핵심 관계자는 "서비스를 차별하지 않고 제공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통신 네트워크 없이 카카오가 성공할 수 없으며, 통신사와 협력을 통해 품질 좋은 모바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카카오와 통신사 모두의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통신사의 네트워크 기술이 보다 발전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때 스마트폰 무료통화서비스(mVoIP)를 내놓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방통위, 통신규제 근본적 전환 고민할 때

원칙에 대한 세부사항 등 남은 문제들은 결코 쉬운 것들이 아니다. 망이용대가나, 입장 정립을 유보해둔 mVoIP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지점의 해결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이다.

mVoIP의 경우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 간 이견이 크고 대립각이 심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이 문제는 그동안의 통신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통신 정책은 규제권한을 가진 정부가 (통신)사업자에게 인프라(통신망)를 구축토록 하고, 사업자가 망투자 대신 일정 수익을 보전하는 식이라 할 수 있다.

포럼 관계자는 “망중립성에 따른 이용대가 문제는 기존 정책방향을 유지할지, 글로벌 추세와 인터넷 시대의 흐름에 맞춰 mVoP를 전면 허용하는 대신 규제도 대폭 완화해 통신사업 투자와 경쟁의 자율성을 높일 지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의 목소리를 슬기롭게 조정하고 반영해 남은 과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이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일 것이다. 업계의 이해관계 조정을 넘어 글로벌 정책흐름을 선도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특별취재팀(안희권기자 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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