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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소유 아닌 공유! 활짝 꽃피는 '공유경제'


[성장하는 공유경제-①]서민경제 위기 속 주목받는 공유

[조석근기자] 내일부터 줄줄이 면접인데 입고 갈 정장이 없다면?

공유기업 열린옷장을 이용해보자. 열린옷장은 선배 직장인들과 의류업체가 기증한 정장을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준다. 남녀 상하 정장과 구두, 셔츠, 벨트까지 2만원 정도면 3박4일은 안심이다. 돈 없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남성복 한 벌당 20~30만원, 여성복 40~50만원인 정장을 마냥 사입는 것보다 합리적이다.

열린옷장 김소령 대표는 "2012년 설립 이래 아직 입소문을 덜 탄 상황"이라면서도 "매월 1천여명이 이곳에서 면접과 맞선, 소개팅, 경조사, 연주회를 위한 복장을 구한다"고 귀띔했다.

요즘은 전월세도 공유하는 시대다. 우주(woozoo)는 청년층의 주택난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수도권 18개 중대형 주택을 통째로 빌려 카페형, 포토 스튜디오형, 영화관형, 오피스형 등 독특한 콘셉트로 개조해 재임대한다. 이름난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에 거주하는 느낌으로 여러 명이 보증금과 월세를 갹출해 함께 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 김정현 대표는 "저렴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주거공간을 찾는 청년들과 안정적 임대소득을 바라는 집주인들을 연결해주는 의도로 창업했다"며 "이들의 문의로 요즘은 회사가 하루 종일 통화 중"이라고 웃었다.

◆스마트폰·SNS 힘입어 공유경제 '급성장'

소유와 독점 대신 공유와 개방.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공유경제가 마침내 한국에서도 활짝 개화기를 맞았다. 장록 속 낡은 옷과 책상 위 먼지 쌓인 책, 유지비만 잡아먹는 자동차, 못 입는 아이 옷처럼 생활 속 사소한 물건들이 위기에 빠진 서민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실험에 속속 동원되고 있다.

먼저 공유경제의 개념부터 짚어보자. 공유경제란 2008년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정립한 개념으로 이미 생산된 제품이나 조성된 공간을 여럿이 공유하는 대안경제 모델이다. 자원의 낭비와 부의 집중을 낳는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기존 시장질서를 벗어나보자는 취지다.

제한적 소비자 운동에 머물던 공유경제가 급속히 확산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고용의 급격한 감소와 가계부채 증가로 중산층 붕괴가 가시화된 것. 직접 일거리와 소득원을 만들어내려는 공급자들과 저렴하면서도 독특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 시기 집중적으로 보급된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역할이 컸다. 사용자들끼리 직접 소통하고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으며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다. 공유경제 규모는 2010년 8억5천달러에서 2013년 51억달러로 연평균 80% 성장했고, 대표적 공유기업 우버의 기업가치도 설립 5년만에 400억(44조원)달러로 뛰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공유경제 성장 잠재력은 세계적인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접속 속도는 2013년 기준 세계 2위다. 같은 기간 인구 100명당 무선 인터넷 가입률은 세계 4위다. 사실상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2011년 차량공유업체 쏘카, 카풀 서비스 티클 등이 등장한 이후 공유기업과 비영리 공유단체들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우버의 차량공유나 에어비앤비의 숙박 공유처럼 세계적인 성공사례들을 모방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공유 대상도 아동복, 캠핑장비, 독서실, 공연용품, 주차장, 텃밭, 공동프로젝트, 펀딩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이런 배경에는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서울특별시는 2012년부터 '공유 서울'을 시정 모토로 선포하고 현재까지 57개의 공유기업·단체들을 선정해 지원 중이다. 세계 최초로 공공 차원에서 공유사업 모델을 채택했다는 평가다. 부산광역시도 공유경제 촉진을 위한 조례를 마련하고 활동가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주자 우선 주차장 5%만 공유에 참여해도 주차장 1860면을 건설한 효과로 수백억의 예산이 절감된다"며 "도시안전과 복지에 지출될 사회적 비용과 행정예산을 공유경제를 통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환경 획기적 개선 vs 기존 시장 위협, 전망 '팽팽'

한편으로 이같은 공유경제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당초 대안경제 성격으로 출발한 데다 단순 소비자에 머물던 광범한 사람들을 비즈니스로 이끄는 만큼 기존 시장질서와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유경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세계 곳곳에서 무허가 택시영업으로 문제가 되는 우버 논란이다. 차량 소유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승객과 소통하며 택시영업에 나서는 통에 기존 택시업체들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우버 한국지사 관계자들과 운전자들이 관련 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경기개발연구원 김점산 연구위원은 "기존 산업의 영업권과 소유권을 위협해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기존 시장과의 공생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유경제의 향후 10년간 전망에 대해선 시장 관계자와 전문가 대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공유경제를 저소득층의 전유물이나 불황기의 반짝 유행정도로 치부하는 인식도 극복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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