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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시장서 등장한 공짜 아닌 '공짜마케팅'


[단품은 가라 결합 전쟁-중] "동등할인 정책고려 필요"

[허준기자] "이른바 '결합상품'에 대한 공짜마케팅과 이로 인한 개별상품 경쟁력 저하 문제가 방송통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시장에서 이동통신과 방송, 초고속인터넷을 묶은 결합상품을 구입하면 '초고속공짜' '방송공짜'식의 마케팅이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은 결합상품에 대한 규제나 제도개선이 싸게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그 해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통신정책의 두가지 큰 목표는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미래에도 이런 좋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당장 싸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품질과 서비스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공짜가 아닌 '공짜 마케팅'

결합상품 시장에 나타나는 '인터넷 공짜', 'IPTV 공짜'라는 업체들의 홍보문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말처럼 공짜나 특별한 할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허위과장광고로 제재를 받는 사업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3사와 케이블TV사업자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통신3사와 주요 케이블TV방송사들이 망라됐다.

공짜마케팅은 정부가 정한 결합 할인율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정부는 결합상품 판매시 각 상품별로 30%까지만 할인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도한 할인으로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는 이른바 '약탈적 가격책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각각 30%씩 할인한다고 홍보하는 대신 이동통신과 방송, 인터넷을 결합으로 구입하면 '인터넷 공짜' 식으로 홍보하는 것.

예컨대 휴대폰과 인터넷, IPTV를 결합할 경우 사업자는 4만원인 휴대폰 요금에서 30%, 2만원인 인터넷 요금에서 30%, 1만5천원인 IPTV 요금에서 30%까지만 할인해줄 수 있다. 이 경우 총 할인액이 2만원을 넘는다. 이런 경우 월 요금이 2만원인 인터넷이 '공짜'라고 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짜 마케팅이 계속되면서 특정 단품이 '공짜'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생기기 시작했고 결합상품없이 단품만 판매하는 사업자들을 경쟁에서 완전히 배제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자가 없는 시장은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은 올라가는 '경제상식'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말 할인받는 건가요?"

전문가들은 결합상품이 단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눈여겨 보고 있다. 결합상품으로 할인하기 위해 애초 단품 가격을 높게 설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합상품이 단품의 합보다 싸다고 하더라도 단품들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놓고 묶음상품을 그것보다 싸게 만든다면 소비자는 묶음상품을 이전보다 싸게 사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결합상품이 단품 이용자를 차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결합하지 않고 단품으로 사용하는 대다수의 단품 가입자가 소수 다회선 결합가입자의 공짜 인터넷을 보조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품 가입자에게 환원돼야 할 편익은 축소되고 결합 가입자의 편익만 늘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합상품이 가입자 이탈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또다른 변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통상 모바일에 가입할 경우 2년 약정, 인터넷에 가입할 경우 3년 약정 계약을 맺는다. 모바일과 인터넷 결합상품을 동시에 이용할 경우 모바일의 약정이 끝나도 인터넷 약정 때문에 다른 사업자의 모바일 상품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결합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2년이나 3년뒤 다른 사업자의 더 저렴한 상품이나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 사라진다"며 "결합할인의 혜택에 대해 다각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등할인' 제도 부상

그럼에도 결합에 따른 소비자의 효용이 크기 때문에 각각의 할인율을 명시해 효용은 높이고 허위과장광고를 줄이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공짜마케팅의 주요 타깃인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공짜 마케팅이 근절되지 않으면 이동통신사와 경쟁이 불가능해진다며 '동등할인' 방식의 도입이 담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등할인'은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동등한 할인율(최대 30%)을 적용해 상품별 할인액을 이용약관에 명시하고 그대로 이용자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인터넷 공짜', '방송 공짜'라고 홍보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 제도를 제안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결합상품의 할인금액은 상품별 비용, 예상이익, 공통비용 절감액 등에 따라 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사업자가 임의로 이를 조정해도 검증을 할 수 없다"며 "상품별 차등할인이 용인되는 한 공짜 마케팅을 근절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조치로 동등할인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역시 공짜마케팅으로 인한 업계의 갈등과 허위과장광고 등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방통위 안팎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통사의 공짜마케팅 허위 과장광고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제재를 가할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르면 이달 중 내놓을 결합상품 가이드라인에 동등할인을 명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위과장 광고는 막아야겠지만 사업자들의 소매상품 가격책정과 경쟁까지 당국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 역시 "공짜마케팅에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면 동등할인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 문제가 될 소지가 많지만 이번 사안은 성격이 달라보인다"며 "방송통신 생태계가 건강해지도록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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