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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는 e스포츠 열기 어쩌나


현장 관람객 '뚝'…방송 시청률도 하락세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축으로 잡아가는 듯 했던 e스포츠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사실상의 '유일종목'인 스타크래프트가 '10년천하'를 이어가며 그 정점을 넘어선데다 국산 e스포츠 종목 등 대체제 발굴에 실패하며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한 보급툴이던 게임전문 방송의 시청율이 예전같지 않고 e스포츠의 '성지(聖地)'로 여겨지던 광안리 무대의 관객 동원력도 저조하다.

왜 e스포츠 열기가 퇴색하고 있을까. 한국 e스포츠는 또 다시 외산게임 '스타크래프트2'의 흥행여부에 목을 걸어야만 하나.

◆ 관중 동원력 정점 지나 하락세

매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개최되는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은 e스포츠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로 꼽힌다. 10만 관객 동원이라는 '전설적인' 성과를 내세워 e스포츠의 장미빛 미래를 담보하는 주요한 논거로 꼽혀왔던 것.

그러나 지난 주말 개최된 신한은행 프로리그 결승의 집객은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결승 1차전이 열린 7일에는 1만5천, 8일에는 4만명의 관람객이 결승무대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으나 실제 관람객은 그에 크게 못 미쳤다.

백사장에 마련된 객석을 다 채워도 1만명 남짓한 수준이나 1차전이 열린 7일에는 그 객석도 상당부분 비어있었다. 결승 2차전이 열린 8일에는 객석이 대부분 채워지고 서서 지켜보는 관객들도 일부 찾아볼 수 있었으나 1만명을 크게 넘는다고 보기엔 어려운 수준이었다.

경찰집객은 이날 e스포츠 대회와 무관하게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았던 유동인구를 모두 집객 대상에 포함했던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경찰집객은 대회나 행사에 참여한 군중들의 숫자를 보수적으로 집객하기 마련이나 이번 결승에서 만큼은 주최측도 믿지 못할 숫자를 내어놓아 실소를 자아냈다.

◆ '소녀시대'에 밀린 '스페셜포스'의 굴욕···국산종목 활성화 성과 더뎌

스타크래프트 결승에 하루 앞서 7일 개최된 '스페셜포스' 리그 결승은 국산종목 활성화라는 과제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꼽혔다.

결승을 앞두고 걸그룹 '소녀시대'의 축하공연이 펼쳐지던 순간만 해도 1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객석을 차지하며 주최측을 고무시켰다. 그러나 이들의 축하공연이 종료되자 마자 썰물처럼 관객이 빠져나갔고 남은 이는 1/4 수준으로 급감했다. 풀세트 접전으로 진행된 이날 경기는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종료됐고 현장을 끝까지 지킨 관객은 1/10 정도에 그쳤다.

e스포츠협회 측은 '스페셜포스' 프로리그가 첫 출발인만큼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평소 방송 스튜디오에서 치뤄질 경우 50~6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해당 종목이 이만큼의 동원을 이뤘다는 것이다.

"차라리 소녀시대가 오지 않는 것이 좋을 뻔 했다"는 탄식이 방송사와 주최측 사이에서 나도는 모습이었다.

◆ 왜 하락세 피할 수 없나

"사실 이전만한 시청율이 나오지 않고 있고 뚜렷한 대안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광안리 현장을 찾은 주관방송사 온게임넷 관계자의 말이다. '전설의 무대'인 광안리 현장의 집객이 평소 수도권에서 치뤄지는 스타크래프트 개인리그 수준에 머문 것처럼 방송 시청율도 이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 원인으로 다양해진 케이블 채널 콘텐츠, 갈수록 선정적으로 변해가는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이용자 선호도 변화 등을 들었다.

e스포츠는 해당 종목에 대한 경험과 이해만 있다면 짧은 시간 동안 몰입하며 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한 경기에 3시간 이상 소요되는 프로야구 등 전통적인 스포츠의 '지루함'에 식상한 젊은 팬들을 상당수 흡인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넘쳐나며 이러한 장점이 희석됐고, 유일 종목 '스타크래프트'는 10년을 넘어서 식상함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주요 시청층인 '13-25' 남성층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요환의 카리스마를 대체할 스타가 부각되지 않아 여성층의 유입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실체'로 남느냐 기로에 선 e스포츠

단일종목 '스타크래프트'의 한계가 드러났지만 답보상태인 e스포츠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체제'도 없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스페셜포스'가 국산 종목으로는 최초로 기업팀간의 프로리그를 춤범시키는 개가를 올렸으나 관전용 게임으로 자리잡기에는 아직 성과가 턱없이 미흡하다.

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현재의 시기가 e스포츠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전환기"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종목 발굴이 절실하고 '스타크래프트'에서 '스타크래프트2'로의 전환 여부를 가늠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대체종목 발굴에 실패할 경우 '지적재산권'이라는 칼을 들고 나타난 블리자드와 힘겨운 협상을 벌이며 리그 존속을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한다. 그나마 '스타2'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스타크래프트'가 10년이 아니라 15년 이상 한국 e스포츠를 책임져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용자의 선호와 이에 바탕해 형성되는 '인기'를 정부나 협단체의 '노력'만으로 부양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e스포츠 활성화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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