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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에게 중국인도 당했다"…관악구 전세사기 100억 넘어


피해자에 중국 국적 세입자·00년생 등 다양…"집주인 형사 고발"
대규모 사기 아닌 소규모·외국인 연루 사건…관계당국 지원 '소홀'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봉천동 등지에서 주택을 보유한 중국인 집주인들이 잇따라 전세 보증금을 떼어 먹은 사건이 발생해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피해 보증금 총액 규모가 어림잡아도 100억원이 넘는다.

세입자들로선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 받아 지원받는 방법밖에 없어 보이지만, 대규모 사기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계 당국의 적극적 개입이 뒤따르지 않아 집주인 형사 고발 방안을 모색하는 등 개별적 대응에 나서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타워', '현*타워', 봉천동의 '골*하우스' [사진=이효정 기자 ]
사진 왼쪽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타워', '현*타워', 봉천동의 '골*하우스' [사진=이효정 기자 ]

25일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관악구의 신림동과 봉천동에서 중국인 집주인(귀화 포함) D씨(38), G씨(53), H씨(41)3명이 전세 보증금을 떼어 먹은 다가구주택 사례는 확인한 것만 '다*타워', '현*타워', '골*하우스' 등 3곳에서 모두 49가구에 이른다. 보증금 총액은 67억3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관악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입건된 40대 귀화 중국인 집주인의 39억원 피해 사례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를 추가로 합치면 중국인 집주인들의 전세 사기 피해 규모는 1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D씨가 소유한 다른 다가구주택의 '봄*타워'의 약 20여가구가 내년 6월에 전세 계약이 만료될 예정인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본지 4월 24일자 [단독] 신림동 이어 봉천동서 또 중국인 전세 사기, 본지 4월 12일자 [단독] '귀화' 중국인 집주인도 전세사기…"21억 규모", 본지 4월 5일자 [단독] 중국인 집주인 전세 사기 터졌다…"최소 23억 규모")

피해 세입자로는 집주인과 똑같은 중국 국적의 세입자들이나 2000년도 출생의 MZ세대 등 다양한 계층이 포함돼 있다. 이렇다 보니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개별적으로 집주인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봉천동 골*하우스에 거주하는 중국인 세입자는 보증금 2억3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다른 세입자들과 함께 집주인 H씨(41)를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이 세입자는 한국어가 서투르다며 아이뉴스24와 인터뷰도 거절한 상태다.

골*하우스의 또 다른 중국인 세입자 J씨(55)는 보증금 8000만원(월세 40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다. J씨는 앞서 "계약 만료 석 달 전인 3월에 이사를 나가겠다고 집주인에게 말했을 때는 '알겠다'는 답을 받았는데, 며칠 후에 상황이 달라져 눈 앞이 깜깜해졌다"며 "보증금 8000만원은 하루 하루 피땀 흘려 번 돈"이라고 토로했다.

사회초년생들의 피해 사례도 눈에 띈다. 현*타워의 세입자 H씨(25)는 2000년생으로 지난해 12월 보증금 1억4000만원에 대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았다. (본지 4월 14일자 "00년생도 당했다"…MZ도 중국인 전세사기 피해)골*하우스의 세입자 I씨(27)를 비롯해 다*타워의 C씨(29), 현*타워의 세입자 F씨(31)도 사회초년생들이다.

[표=아이뉴스24]
[표=아이뉴스24]

◇전세사기 특별법…피해자 인정까지 갈 길 멀어

세입자들은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 받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임대차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 △다수의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거나 예상되는 경우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 4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에 전세 사기의 피해자 인정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집주인의 기망 행위 입증이 관건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 변호사는 "집주인이 외국인이어도 수사 기관에 집주인이 입건되거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전세 사기 전국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피해 사례에 따라서는 세입자가 집주인의 기망 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피해자들이 4가지 조건을 인정받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피해 지원과 별개로 임대인 처벌 역시 쉽지 않다. 세입자들이 별도로 민·형사상 고발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당국 관계자는 "전세 사기 특별법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으로 임대인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 지원이나 대출 채무 조정 등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전세 사기가 처음 발생했던 곳으로 피해 규모도 컸다"며 "현재는 전국에 5곳의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가 있으며 관악구는 강서구의 센터와 지리적으로도 지원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소재 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건은 총 1만5433명으로 전세 사기 특별법 시행 10개월여 만에 1만5000명을 넘어섰다. 특별법 일몰 기한인 내년 5월 말까지 피해자는 3만6000여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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