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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쓰나미' 유명 IP 몰아쳤던 2016 게임


[2016 게임결산]② IP에 울고 웃은 게임사들…中 공습도 심화

[문영수기자] 2016년은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유명 게임·만화·콘텐츠를 위시한 지식재산권(IP)의 쓰나미가 휩쓴 한 해였다. 유명 IP의 활용 여부는 신작 게임의 흥망을 좌우했고 게임사들은 일제히 IP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IP를 중심으로 게임사들이 움직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동시에 IP는 한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을 위축시키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P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대신, 중국 등 해외 게임사에게 IP 활용 권한을 판매하는 제휴 사업에 보다 힘을 쏟는 모습은 우려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국 게임을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 게임은 유명 IP까지 갖추며 한국 게임 시장의 뿌리를 뒤흔드는 '점령군'으로 탈바꿈했다.

◆'별들의 잔치' 게임세상 강타한 유명 IP들

2016년 게임세상은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였다. 내로라 하는 문화 콘텐츠들이 일제히 게임으로 만들어져서다.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인기 온라인 게임은 물론 '스타워즈' '레고'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텐츠까지 전부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 지식재산권이 배제된 '용감한' 게임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2014년부터 시작한 '뮤온라인' IP 제휴 사업으로 기사회생한 웹젠의 사례를 지켜본 게임사들은 자사 IP를 외부 개발사에 제공하는 제휴 사업을 올해들어 일제히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블루홀, 한빛소프트, 엑스엘게임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그동안 자사 IP의 외부 제휴를 불허했던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를 비롯해 중국의 스네일게임즈, 37완 등에 개방했다.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다.

IP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한 게임사들은 IP의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였다. 넥슨은 자사 게임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거나 브랜드숍을 여는 데 주력했고 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2'를 소재로한 웹툰·웹소설·애니메이션화를 동시 추진 중이다. 자사 IP의 가치를 끌어올려 로열티 수익을 보다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IP를 둘러싼 분쟁도 격화됐다. 지난달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자회사인 이츠게임즈를 고소했다. 이 회사가 서비스 중인 '아덴'이 '리니지' IP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NHN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가 내놓은 신작 '프렌즈팝콘'이 자사 '프렌즈팝'과 유사하다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는 '미르의전설2' IP를 놓고 분쟁을 지속 중이다.

게임사들이 이처럼 IP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작의 흥행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 바로 IP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개발보다 마케팅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지금, IP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자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들면 원작의 향수를 기억하는 이용자를 모두 끌어모을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리니지 레드나이츠' '메이플스토리M' 등은 IP를 활용해 흥행에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IP 의존하는 게임사들…개발 역량 악화 우려

이처럼 올해 한국 게임시장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인 IP는 동시에 국내 게임사들의 개발 역량 위축을 가속화한 촉매제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함께 받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신규 IP 발굴에 소홀하고 비교적 안정적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IP 홀더의 역할에만 머물려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IP 제휴 사업을 추진하는 게임사들은 공통적으로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중국을 위시한 해외 게임사에 개발을 맡기는 모습이다. 넥슨의 간판급 온라인 게임인 '마비노기'의 모바일 버전은 중국의 쿤룬게임즈가 맡고 룽투게임즈는 한국의 유명 만화 '열혈강호'를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최근 위메이드가 IP 제휴 계약을 체결한 곳도 대부분 중국 회사들이다.

3년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게임사들은 자체적으로 만든 게임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을 타진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게임은 전무했고 연이은 도전 실패는 현지 사정에 밝은 중국 게임사에게 개발을 맡기고 그에 따른 로열티 수익을 취하는 전략의 변화로 이어졌다. 중국 진출을 앞둔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서비스 중인 게임을 중국 업체에게 맡겨 현지 시장에 적합하도록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 사이 국내 시장에는 중국을 위시한 외산 게임들이 물밀듯이 파고들었다. 양질의 개발력과 우수 IP를 갖춘 중국 게임들은 단숨에 한국 이용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2016년 현재 국내 모바일 오픈마켓 매출 순위 상위권에서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바일 게임은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뮤온라인'을 소재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뮤오리진'은 매출 순위 상위권을 장기간 수성 중이며 '해전1942' '가디스' '검과마법' 등 중국 게임들도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대로 접어든 지금 한국과 중국의 개발 역량이 역전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수년 간 이어진 중국 정부와 현지 게임사들의 역량 강화 노력에 힘입어 현재는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텐센트, 넷이즈가 서비스 중인 흥행 게임의 국내 판권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을 정도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IP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기존의 개발 인력을 축소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지 않고 IP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자칫 해외 게임사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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