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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허무한 국회의원 보좌진 "국감, 열심히 준비했는데…"


여야 중진들, 10월 재보선 총동원…행정부 견제는 '나 몰라라'

지난 10월5일부터 시작한 국정감사가 이제 보름 남짓 진행됐으나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오는 28일로 예정된 재보선 선거전에 집중돼 일찌감치 김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중진의원들 상당수가 선거 유세전에 투입되면서 각 국감장에는 빈 자리가 속출하고 있다. 그나마 열린 국감장에서도 정책이슈보다는 여야 간 정치공방만 계속되고 있어 국민들의 관심은 더 식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추석 명절까지 반납하고 밤도 새워가며 짧은 기간 국정감사 준비에 공을 들인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김 빠진 국감으로 인해 헛고생만 하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추석도 반납해가며 한 달 여 동안 밤새 고생했는데 국감이 재보선에 묻혀 제대로 주목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며 "피감기관의 협박까지 받아가며 열심히 조사했는데 이젠 다 허무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또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의 예를 들면서 "옆 방 의원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선거 유세장에 계속 따라다니느라 거의 자리를 비우고 있다"며 "그래도 국감 불출석이라는 의정활동의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오긴 하지만 서면질의 자격인 5분 동안 잠깐 엉덩이를 붙였다가 떠나곤 한다"고 국감장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 측 관계자도 "그렇잖아도 교과위는 매번 파행으로 난리인데 재보선까지 겹쳐서 사실상 별 관심도 못 받는 것 같다"며 "재보선 판세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마치 달관한 듯 입장을 나타냈다.

소속을 밝히길 꺼려한 한 비서관은 "국정감사가 재보선으로 인해 김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있어 힘들다"며 "의원님도 불만이 없진 않겠지만 당 지도부의 눈치가 보여 딱히 말할 수 없는 처지"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여야 지도부는 국감장보다는 재보선 현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정몽준 대표는 물론 허태열·송광호 등 최고위원들과 안상수 원내대표·장광근 사무총장 등 원내 지도부 의원들도 연일 유세장을 누비고 있다. 남경필·나경원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각 지역 선거유세에 동원돼 국감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힌 정세균 대표는 일찌감치 국감에 참여하지 않았고 박주선·김진표 최고위원, 이강래 원내대표 등도 연일 재보선 현장에 방문해 지원유세에 한창이다.

한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이)정책국감을 하는 중이라 지원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당 지도부가 지역 최다선 의원이고 딱히 의원님 외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적극 설득해 결국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이라며 "이번 재보선의 중요성이 워낙 큰 만큼 거절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 모두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는 저버리고 당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그렇잖아도 국회를 곱지 않게 보고 있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에 더 찬물을 끼얹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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